운명을 바꾸는 순간의 선택
이전 글에서는 창조의 원천이 느낌(직관)에서 시작된다는
주제를 함께 살펴봤는데요.
AI에게는 없는 인간의 고유성중,
직관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왜일까요?
우리는 지금, 쓰나미같이 밀려오는 수많은 정보 속에 살고 있지요.
매일 수백 개의 영상, SNS 글, 피드, 광고가 쉴 새 없이 뜨고,
진짜보다 더 정교하게 꾸며진 가짜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는데요.
물론 그중에 꼭 필요한 것도 있지만,
오히려 과다한 정보들 때문에 중요한 선택을 해야 될 때는,
결정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또한 그중엔 정말 피해야 할 함정도 도사리고 있는데요.
스미싱 문자 하나, 전화 한 통, 링크 한 번 클릭으로
수백, 수천만 원이 날아가는 일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점점 교묘하게 수법을 바꿔서 ……
"설마, 내가?" "난 절대 안 당해!" 하던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뭔가.. 좀 느낌이 이상하긴 했는데... 워낙 상황이 다급해서 그만....”
우리는 흔히 이 같은 ‘느낌’ 또는 ‘육감'을
이성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가볍게 넘겨버리거나,
혹은 감정에 휘둘린 것쯤으로 치부하곤 하죠.
과연 그럴지?
다음 이야기를 통해 이 느낌이 뭔지 같이 알아볼까요?
비 내리는 밤, 한 여성이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나옵니다.
퇴근 후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한 친구와 나눈 대화가 떠올라 미소 지으며 ,
집으로 향하던 중, 그녀는 두 갈래 길 앞에 멈춰 섭니다.
왼쪽은 어둡고 인적이 드물지만 지름길,
오른쪽은 빙 돌아가는 대신, 가로등도 많고 사람도 많이 다니는 큰길.
몇 잔 기울인 맥주의 취기도 올라와서 빨리 가려고,
어두운 지름길로 들어선
그녀의 등 뒤에서 들린 낯선 남자의 음성..
"저... 집이.... 어디세요?"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갑자기 심장이 꽉 조여 오고, 뒷골이 서늘해지면서
마음속에서 들린 음성.
'빨리 큰길로…'
그녀는 곧장 방향을 틀어, 사람들이 많은 큰길 쪽으로 황급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순간, 그녀가 큰길 쪽을 선택한 것은
논리나, 눈에 보이는 정보가 아니었죠.
그녀의 마음속에서 불쑥 떠오른,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느낌이었죠.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것은 뚜렷하게 존재하는 내면의 신호입니다.
우리는 이런 신호를 '직감' 혹은 ‘직관’이라고 부릅니다.
직관은 단순한 예감이나 막연한 감정과는 다르죠.
비 내리던 그날 밤, 거리의 축축한 분위기,
희미한 가로등불 아래 낯선 그림자,
그리고 그녀의 몸 어딘가에서 경고등처럼 울리는, 알 수 없는 불안함까지.
그렇게 우리 몸은 먼저 반응합니다.
생각보다 앞서, 뇌보다 먼저, 몸이 알아채는 것입니다.
"이쪽은 아니야"라고 말하듯,
걸음을 멈추게 하고 방향을 바꾸게 합니다.
결국 그날 밤 그녀를 지켜낸 것은 어떤 특별한 분석 능력이 아니라,
그녀 안에 쌓여 있던 ‘경험과 감각의 총합’이었습니다.
수많은 밤거리를 지나며 익힌 분위기의 변화, 위험의 기운,
타인의 움직임에 대한 몸의 기억이 작동한 결과였던 거죠.
이처럼 직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정교한 시스템입니다.
단순한 육감이라기엔,
그 안엔 놀라울 만큼 많은 정보가 숨어 있으니까요.
우리 뇌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표정, 대화의 어조, 그때 그 카페의 분위기와 그윽한 커피 향, 빛의 밝기까지…..
뇌는, 이 수많은 단서를 무의식적으로 실시간으로 종합해서,
위험을 감지하고,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런 무의식적 정보는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먼저 몸이 반응하도록 만듭니다.
이런 정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신경과학자 조엘 피어슨(Joel Pearson)은 말합니다.
“직관은 더 나은 결정이나 행동을 위해, 무의식적인 정보를 학습하고,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즉 직관은 “학습된 무의식적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직관은 ‘느낌’처럼 오지만,
그 '느낌'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몸과 마음속에 쌓여온
수많은 경험과 기억, 감각이 엮여 만들어낸 무의식적 통찰력이라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말로 정확하게 표현은 못해도, 몸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죠.
베테랑 산악인 존 뮤어 (Jon Muir)는 고산지대에서 텐트를 치던 도중,
갑자기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날씨는 아직 맑았고, 눈에 보이는 위험 요소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고,
곧바로 하산을 결정합니다.
몇 시간 뒤, 그 지역에는 돌풍과 함께 눈사태가 덮쳤고,
그의 텐트가 있던 자리는 눈더미 속에 완전히 묻히고 말았습니다.
만약 그가 그때 받은 느낌을 무시하고, 텐트 속에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오싹! 하네요.
이 실화는, 우리 뇌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백 가지 신호
—바람의 밀도, 체온, 햇빛의 산란, 기압의 미세한 변화—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고 조합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는 논리나 계산이 아니라,
감각 기반의 경험들이 하나로 묶여 작동한
무의식적 정보의 통합 시스템,
즉 직관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경과학자 조엘 피어슨은 이것이 단순한 ‘육감’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직관은 과거에 학습된 경험을 바탕으로,
유효한 판단을 내리는 무의식의 작동”이라고 말합니다
그 산악인이 목숨을 건진 그 순간,
그는 어떤 판단 기준에 따라 하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뇌는 바람의 방향, 하늘의 질감, 자신이 느끼는 기압 변화 같은
수년간의 등반에서 축적된 ‘신체 감각의 기억’을 바탕으로,
생존에 가장 유리한 선택을 순간적으로 이끌어낸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 결정은 우연한 감이 아니라,
‘몸이 알고 있는 지식’에서 나온
직관을 따른 선택이었습니다.
이같이 직관을 통해 생과 사의 위기를 모면한 또 다른 실화를 볼까요?
2009년 1월 15일, 뉴욕 허드슨강에 비행기가 불시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불린 이 사건의 주인공은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였습니다.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는데요.
조종석의 계기판은 출발지인 ‘라과디아 공항 복귀’를 지시했지만,
42년 경력의 이 베테랑 기장은 직감적으로
“아니다. 이 비행기는 돌아갈 수 없다”라고 판단하고,
가까운 허드슨강에 착수(着水)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그의 결정은 155명의 생명을 구했고,
그 기반은 오랜 훈련으로 길러진 ‘직관의 판단력’이었습니다.
이 사고는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으로도 만들어졌는데요.
훗날 그는 회고합니다.
“나는 오랜 비행 경험을 통해 내 몸이 먼저 상황을 읽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 포스터 :중앙일보 제공
직관의 세 가지 핵심 요소
직관이 작동하기 위해선 세 가지 구성 요소가 필요합니다.
학습된 경험,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하는 판단 구조,
무의식적 감각 정보입니다.
1. 학습된 경험의 축적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는 주변의 다양한 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분류하고 축적합니다.
이렇게 뇌 속에 쌓여있는 경험과 기억들이,
어떤 위기 상황이 닥치면
직관을 통해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내는 거죠
<응급실의 베테랑 간호사>
예컨대, 한 응급실 간호사는 환자의 입술색과 미세한 숨소리만으로
심각한 저산소증을 감지하고, 경험이 없는 인턴 수련의보다
훨씬 빠르게 산소포화도를 예측합니다.
그 간호사는 “설명은 못하지만 느낌이 이상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반복된 임상 경험이 축적된 직관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학습된 경험은 ‘논리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 몸은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숙련된 주식 투자자의 선택>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차트를 일일이 분석하지 않고도
단 몇 초 만에 종목의 위험성과 가능성을 감지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운이 아닙니다.
그들은 수천 개의 차트, 기업 뉴스, 시장 변동, 손실과 수익 경험을 수년간 체화하면서,
‘이 패턴은 예전 그 하락장과 비슷하다’, ‘이 CEO 발표는 시장 신뢰를 깰 가능성이 있다’는
직관적 결론을 내려내는 것입니다.
즉, 학습된 경험이 직관을 통해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학습된 경험'이 직관으로 나타나는 사례를 볼까요?
-의사가 다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데이터 없이도 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능력
-경찰관이 단 몇 초 만에 수상한 차량을 식별해 내는 훈련된 감각
-소믈리에가 와인을 향만 맡고 생산지와 품종을 추론해 내는 ‘감각적 지능’
이런 사례들은 직관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먼저 오랜 기간 학습된 경험이 쌓여있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2.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하는 판단 구조: 직관은 감정이 아닌 전략
밤에 갑자기 치킨이나 라면이 당긴 적 있으시죠?
이게 직관일까요?
단순히 순간적인 감정이나, 충동은 직관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직관을 감정적 반응이나 단순한 ‘육감’으로 오해하는데요.
직관은 충동과는 구별되는,
목표 지향적인 선택의 도구입니다.
우리가 직관을 신뢰할 수 있으려면,
직관을 기반해서 어떤 선택을 할 때
분명 유익이 있어야 합니다.
직관이 단순한 충동이나 편견에 기반할 때,
오히려 의사 결정에 해를 끼칠 수 있음을 명심하세요.
직관이 경험을 기반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진정한 직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직관은 ‘그럴듯한 예감’이 아니라,
실제로 현명한 판단을 이끌어낼 때 의미가 있다는 거죠.
다음 사례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직관의 특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외과의가 수술 중 예기치 못한 출혈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최선의 대처를 선택해 내는 순간
기자가 방대한 인터뷰 자료 속에서 ‘진짜 뉴스가 될 문장’을 본능적으로 포착하는 능력
기업 경영자가 숫자보다 먼저 ‘시장흐름’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전략을 바꾸는 결정
3. 무의식적 정보의 영향: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의 퍼즐 맞추기
직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의식적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감각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조용히 결합되어
마침내 하나의 명확한 ‘느낌’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말합니다.
아이를 구한 엄마의 ‘순간적인’ 직감
도로 근처에서 아이가 장난을 치다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엄마는 차가 오는 것도 보지 못했고,
경고음도 듣지 못했지만,
몸이 반사적으로 아이를 끌어당깁니다.
잠시 후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그 도로를 통과합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죠!
이는 의식적으로 생각하거나, 판단하기 전에 이루어진,
무의식적 정보 통합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엄마의 뇌는 이미 그 공간의 위험 요소들
—엔진 소리의 미묘한 변화, 아이의 동작 속도, 그림자의 움직임—을
통합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직관이라는 형태로 빠르게 반응한 것이죠.
스포츠에서의 직관 – 골키퍼의 움직임
골키퍼는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보기도 전에 몸을 날립니다.
그는 상대 발목의 각도, 공에 닿는 발의 위치, 몸의 중심 이동 등
수많은 ‘신호’를 무의식적으로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적 순간에 반응합니다.
이것이 훈련된 직관의 작동 방식입니다.
골키퍼 본인은 "느낌대로 움직였다"라고 말하지만,
그 속에는 수천 번의 훈련과 감각 데이터의 통합이라는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의식적 정보의 통합은
직관이 단순히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수많은 신호의 병합, 반복된 경험의 체화, 감각의 민감한 해석이 통합되어 만들어진
복잡하고 정교한 예측 시스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직관은 무의식의 종합적 판단의 결과이며,
때로는 이성이 미처 도달하지 못하는 해답을
가장 빠르게 제시해 주는 '제2의 지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직관의 세 가지 요소
① 학습된 경험의 축적,
② 생산적 판단 구조,
③ 무의식 정보의 통합
이는 직관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학습과 경험, 그리고 감각이 결합된 복합 지능임을 보여줍니다.
직관은 ‘모호한 감’이라기보다는,
몸이 알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이며,
이를 통해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한 순간,
빠르게, 때로는 이성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느낌’이 항상 진실은 아니다-
“내가 이길 거라고 믿었어. 느낌이 강했거든. 그런데 다 잃었지.”
— 한 개인투자자가 회상한 2022년 주식시장 폭락의 순간
직관은 놀라운 통찰을 주는 동시에, 때로는 의외의 실수를 낳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이건 무조건 맞을 거야”라고 확신했다가,
결과가 완전히 빗나간 경험이 있을 거예요.
이같이 직관을 지나치게 신뢰하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데요.
이 장에서는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직관의 오류가 발생하는
심리적,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살펴봅니다.
조엘 피어슨 교수는 말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두려움, 충동, 혹은 편집증을 직관으로 오인한다.
이는 실제 직관과는 다른 것이다.”
피어슨은 감정 상태가 직관의 정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합니다.
스트레스, 분노, 지나친 흥분 상태에서는
뇌가 다양한 무의식 정보를 통합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로 인해, 감정에 휘둘린 ‘가짜 직관’이 발현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그는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 뒤
직관 기반 판단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평소보다 오답률이 2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2001년 미국, 한 FBI 요원이 한 중동계 남성을 “위험인물”로 판단하고 감시를 지시합니다.
그는 과거 몇 건의 테러와 유사한 행동 패턴, 모호한 발언 등을 종합해
“직감적으로 뭔가 수상하다”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무고한 유학생이었고,
이 사건은 FBI 내에서도 ‘직관의 오판’으로 남았습니다.
지능이 높은 전문가일수록 자신의 직관을 맹신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직관의 오류를 막기 위해
피어슨은 우리가 직관을 보다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기억하기 쉽게 SMILE 법칙이라 부르죠.
피어슨은 이 법칙을 통해 직관이 언제 유리하고, 언제 위험한지를 안내합니다.
SMILE 법칙에 의하면,
직관은 훈련되고 숙달될 수 있으며,
자기 인식과 감정 조절,
반복된 경험을 통해 더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나타내줍니다.
S (Self-awareness):자신의 감정 상태를 자각하라
M (Mastery): 경험과 연습을 통해 직관을 키워라
I (Impulse control): 충동과 직관을 구분하라
L (Low-probability skepticism):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확률의 직감은 의심하라
E (Environment matters): 환경은 직관의 정확도에 영향을 준다
1. S(Self-awareness)는 자기 인식, 특히 감정 상태에 대한 자기 인식을 의미합니다.
직관을 사용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자신의 감정 상태입니다.
피어슨은 말합니다:
“불안하거나 스트레스 상태일 때, 우리는 직관처럼 보이는 감정 반응에 쉽게 속는다.
예컨대 주식 시장에서 공황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은
“이번에 떨어질 것 같아”라는 직감을 신뢰하고 성급히 매도합니다.
그러나 이는 감정에 기인한 두려움일 뿐, 진짜 직관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슬프거나 감정이 불안정할 때,
직관은 그 같은 감정상태에 의해 손상되는데요.
그런 상태에서는 직관처럼 느껴지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왜냐하면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직관에 의해 움직이면,
감정적 사고, 두려움, 또는 편집증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감정인가, 직관인가?"
스스로 자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M(Mastery)은 숙달을 나타냅니다.
직관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려면 연습과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0년 넘게 한 분야에 몰입한 사람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에 의해 움직입니다.
직관은 무작위의 예감이 아니라, 축적된 전문성의 꽃입니다.
예컨대, 응급실 의사들은 복잡한 수치 대신, 환자의 피부색·호흡·눈빛 등
직관적인 신호로 위험도를 빠르게 판단합니다.
이는 수년간의 임상 경험이 뇌에 쌓인 결과입니다.
당신도 특정 분야에서 직관을 키우고 싶다면,
직접 부딪혀 경험하라는 팁을 드립니다.
직관은 이론만으로는 훈련되지 않기 때문이죠.
또 다른 예로,
A 씨는 매일 가는 단골 카페에 가면 메뉴를 보기 전에 이미 어떤 주문을 할지 ‘느낌’으로 압니다.
그러나 여행 중 중국의 카페 앞에서는 아무리 리뷰를 봐도 직관이 안 떠오르고,
어떤 메뉴가 좋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이같이 국내에서 카페를 선택할 때 의존하던 직관적 단서들은
중국에 있는 카페를 선택할 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처음 가본 곳에서는 직관을 뒷받침할만한 학습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면 직관에 의지해선 위험하다는 거죠
3. I(Impulse control)는 충동과 중독을 의미하는데,
이는 종종 직관으로 잘못 인식되기도 합니다.
직관은 ‘내면의 안전 신호’지만, 충동은 감정이나 욕구에 의한 즉각적 반응입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충동을 ‘직관 같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충동조절을 잘하는 능력이 직관적 판단을 돕는다고 합니다.
특히 자기 통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순간적인 욕망을 통제하고
더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진짜 직관과 감정의 충동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뭔가 급히 결정하고 싶은 감정이 들면, ‘5초 Rule’을 적용해 보세요.
“지금 이걸 사야겠다”는 느낌이 들면, 5초 동안 멈추고
“이게 충동인가, 직관인가?” 자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이 안정될 때 '진짜 직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4. L(Low-probability skepticism): 낮은 확률에 대한 직관 오류
이는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거나,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뜻합니다.
직관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확률’에 관한 판단에서 인간의 뇌는 자주 실수를 범합니다.
뇌는 강렬한 이미지나 인상적인 사건에 쉽게 휘둘리기 때문입니다.
"암일지도 몰라요"
50대 직장인 K는 가벼운 두통과 피로감을 느끼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합니다.
포털에 '두통, 피로, 구토'를 입력하자 수많은 질병, 심지어는 뇌종양 정보가 쏟아집니다.
‘설마… 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K는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3곳이나 돌아다닙니다.
그러나 결과는 단순한 과로와 수면 부족.
이는 "정보 과잉 상태에서 매우 낮은 확률의 질병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두통 환자 중 뇌종양으로 진단되는 비율은 약 0.1% 이하입니다.
반면, 스마트폰 과다 사용·스트레스·잘못된 수면 자세가 원인인 일상성 두통은 무려 90% 이상입니다.
하지만 강렬한 단어("암", "종양")가 주는 공포는 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직관이 확률이 아닌 인상에 반응하게 만듭니다.
직관의 기저에 있는 데이터가 왜곡되면, 직관에 기반한 판단 역시 왜곡됩니다.
"지금 투자 안 하면, 기회 놓쳐요"
은퇴를 앞둔 A는 가족 단톡방에서 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받습니다.
“이 주식, 곧 10배 오릅니다. 전문가도 확신했어요!”
댓글 수천 개가 ‘인생 바뀌었다’, ‘믿고 투자하라’는 말로 넘쳐납니다.
A 씨는 망설이다 결국 큰돈을 넣었고, 며칠 뒤 그 종목은 급락합니다.
이 상황에서 A의 직관은 실제 확률이 아니라
'단톡방과 댓글의 후끈 달아오른 열기에 의해 휘둘린 착각입니다.
"직관은 반복 학습된 데이터에 기초할 때만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군중의 감정은 우리가 축적한 경험을 왜곡시키고,
매우 낮은 확률을 ‘직감’처럼 느끼게 만든다."
— 조엘 피어슨
"우리 아이, 다른 애들과 다르게 너무 조용해요"
5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B는 또래 아이들이 활발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자기 아이가 ‘발달이 늦은 게 아닐까?’라는 불안을 느낍니다.
주변에서는 "요즘은 자폐도 조기진단이 중요해요"라는 말들이 더 긴장하게 만듭니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지만,
의사는 “단지 내향적인 성격이며 문제없음”이라 판단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실제 유병률은 국내 아동 중 약 2.64% 수준으로. 100명 중 2-3명 정도이죠.
반면 성격 차이, 기질, 감정 표현의 다양성은 정상 범위 안에서 훨씬 흔합니다.
그러나 부모의 직관은 ‘강한 불안’이라는 감정에 반응하여 매우 드문 경우를 사실처럼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강한 감정은 직관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망을 방해하거나, 왜곡된 패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낮은 확률 사건에 대한 직관의 오류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것이,
온전한 직관을 키우는 데 필수입니다.
5. E (Environment matters):는 환경을 의미하는데, 이는 학습 측면과 관련이 있습니다.
직관은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맥락에서만 믿어야 합니다.
낯선 환경에서는 직관보다 논리적 분석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 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감으로 괜찮을 것 같다”며
오프라인 유통 구조를 간과한 결과, 1년도 되지 않아 철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직관이 적용되는 환경을 무시한 탓입니다.
이같이 낯선 환경에서는 직관보다 정보와 데이터를 우선해야 합니다.
이같이 직관은 계산보다 빠르고 창조적이지만,
잘못된 직관에 의해 판단하면
실수를 유발하고, 편향적으로 치우칠 수 있으므로
SMILE 법칙에 의해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합니다.
– 직관 vs. 인공지능
새벽 2시, 운전 중인 당신이 갑자기 속도를 줄입니다.
내비게이션은 분명 계속 직진하라고 하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하기 때문이죠.
몇 초 뒤, 급커브가 나타나고 길가에 멈춰 선 차량의 잔해가 불현듯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은 누구의 말을 들은 걸까요?
바로, 당신 안의 조용한 조언자 — 직관입니다.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AI에게 묻고 있죠.
주식 종목, 여행지, 연애 운세까지.
심지어 의료 진단도, 법률 자문도, 점점 기계의 영역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이 기계는 ‘직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미처 인식하기 전에 몸과 마음으로 감지하는
그 ‘느낌’을 AI가 따라올 수 있을까요?
AI는 직관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AI 자체가 직관을 ‘느끼는 존재’는 될 수 없습니다.
AI와 인간의 본질적인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AI는 방대하게 축적된 데이터를 연산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는
인간보다 훨씬 탁월하지만,
몸으로 느끼고, 맥락을 통합해서 의미를 구성하는 능력,
즉 직관(intuition, insight)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직감’을 느끼지 못하는 AI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 뇌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있습니다.
조명의 밝기, 음색, 걷는 속도, 낯선 기척…
이 모든 요소들이 무의식 속에서 통합되어 '직감'이란 형태로 출력됩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놀라운 예측을 해냅니다.
하지만 데이터의 양과 직관이 가진 감각의 통합은 다릅니다.
AI는 “이 수치가 위험하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왠지 불길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직관은 ‘말 없는 지능'
직관은 아무 근거 없이 튀어나오는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경험, 기억, 신체 감각이 합쳐져 나온
고도의 신경 처리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테랑 소방관이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며 갑자기 대피를 결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잠시 후에 그 건물의 바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조사 결과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곳이었던 거죠.
그는 정확히 무엇이 위험했는지는 몰랐지만,
수년간의 현장 경험이 미세한 연기 흐름, 바닥 진동, 소리의 변화 등에서
위험 신호를 직관적으로 감지한 것입니다.
AI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AI는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있어도,
그 감각을 ‘몸으로 느끼는’ 능력은 없습니다.
AI는 패턴을 분석해 사진 속 표정을 “기쁨”, “슬픔”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웃는 얼굴 속에서도, 엄마는 알 수 있죠.
“얘, 이 웃음 진짜 아니야. 뭔가 감추고 있어.”
이건 카메라가 인식할 수 없는
눈동자의 떨림, 말투의 리듬, 어깨의 긴장감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얼굴 인식 기술을 갖췄더라도,
그 아이가 오늘 하루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지까지는 읽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체 맥락 속에서만’ 감지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AI의 인식은 ‘분석’이고,
인간의 직관은 ‘공감’이라는 결정적 차이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만들 때 자신의 제품 철학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용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 느낌이 좋아야 한다. 기술은 그다음 문제다.”
그는 디자인팀에게 수백 번 터치감, 재질, 화면 전환 속도를 조율하도록 했습니다.
단순히 기능이 잘 되느냐가 아니라,
사용자가 무의식 중에 느끼는 감정의 ‘결’까지 통제하려고 한 것입니다.
AI가 만든 UI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잡스처럼 "사용자 감정 흐름"까지 느낌으로 설계하긴 어렵습니다.
의미와 감각을 통합해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직관의 힘,
이것이 인간 고유의 능력입니다.
조엘 피어슨 교수는 또 하나의 경고를 합니다.
“AI가 ‘직관처럼 보이는’ 판단을 내리면,
사람들은 오히려 더 쉽게 신뢰하게 된다. 그것이 가장 위험하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의학 AI가
“직관적으로 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주자,
환자는 정확도와 무관하게 AI의 판단을 더 신뢰했다고 합니다.
자율주행차가 내비게이션 상 “이 길이 최적입니다”라고 제시할 때,
사실은 사고 위험이 높은 골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AI의 통합 판단’처럼 보이는 말투 때문에,
비판적 사고 없이 맹신합니다.
AI가 주는 ‘착시 직관(mistintuition)’은
논리적 오류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이성과 감정을 균형 있게 통합할 수 있지만,
AI는 감정이 없기에 그저 직관처럼 설계된 ‘신뢰감’을 흉내 낼뿐입니다.
AI는 계속해서 더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느끼는 능력'은
알고리즘으로 구현할 수 없죠.
직관은 단순한 감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체화된 지능이며,
AI가 따라 할 수 없는 통합적 처리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AI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많이 느끼고, 직관하고,
그 감각을 언어화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의 시작에 언급했던,
눈사태 전 급히 하산해서 목숨을 건진 산악인이나,
155명의 생명을 구한 "허드슨 강의 기적"의 주인공, 파일럿의 경우처럼,
직관은 생과 사의 기로에서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스티브 잡스가 직관을 통해 아이폰을 만든 것처럼
직관은 때로는 혁신의 씨앗이 됩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선 안 됩니다.
AI의 정확성을 신뢰할수록,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 판단하려는 능력을 점점 상실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 인간은 자신의 직관에 대한 신뢰를 잃고,
더 취약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안 쓰는 근육이 점점 퇴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AI는 논리를 제공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평소와 다른
‘뭔지 모를 불길함’을
감지하는 직관의 힘은 우리에게만 있습니다.
직관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며,
AI시대에 잃지 말아야 할 마지막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이 직관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지능으로 삼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아닐까요?
과거엔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어떤 정보를 믿을 것인지, 무엇을 피할 것인지,
감별하는 감각이 더 절실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직관은 바쁘고 복잡한 삶 속의,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를 살아남게 하고,
나아가, 여러 선택 앞에서
더 나은 결정을 가능케 하는 생존 도구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요.
단지 오랫동안 꺼내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글은 바로 당신의 잠자는 직관을 깨우는 여정입니다.
당신 안의 조용하지만, 정확한 나침반 같은
'직관'을 이해하고 깨우는데,
이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출처: The Intuition Toolkit (Joel Pearson)
조엘 피어슨 , <직관 도구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