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내가 이런 병에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는디. 평소에 건강만은 자신했거든? 매일 새벽에 조깅을 했어. 감기 말고는 큰 병에 걸린 적도 없고.”
“저도요! 저도 감기 말고는 아픈 적이 없었어요.”
뜻밖의 공통점을 찾은 양이 놀라 맞장구치자 사랑이 덧붙였다.
“너무 속상해요. 우리 엄마처럼 착한 사람이 이렇게 나쁜 병에 걸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 엄마는 주말마다 경로당이나 양로원에 다니면서 영정 사진도 무료로 찍어드리고, 가난한 부부들한테는 웨딩 사진도 그냥 찍어 줬는데… 왜 이런 일이 우리 엄마한테 생긴 건지 모르겠어요.”
“사랑이 말처럼 내가 죄 안 짓고 정말 열심히 살았는디. 쉬지도 못하고 1년 365일, 남들을 위해 돌아다녔는디. 이 나이에 몹쓸 병에 걸려서 미용사로 잘나가던 우리 사랑이꺼정 이 병실에 주저앉혔으니….”
“엄마, 그런 말 마. 난 엄마랑 이렇게라도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랑 우정이가 골수도 이식해 줄 거야. 엄만 걱정 말고 치료만 잘 받으면 돼.”
“그런 말 말어. 둘 다 앞길이 구만린데, 그랬다 몸에 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시집들도 가야 하는디 나한테 뭐하려 헛돈을 써.”
“헛돈이라니! 엄마가 없으면 돈이 다 무슨 소용이야? 나 미용실에 다니면서 돈 많이 모았어. 그런 걱정 말고 잘 낫기만 해.”
“집에 불이 났잖어. 새 집도 구해야는디.”
그림처럼 보기 좋은 모녀라고 생각하면서 양이 물었다.
“아, 지난번에도 말씀하셨는데… 집에 불은 어쩌다 나셨어요?”
“우리 엄마, 이번이 2차 항암 치료세요. 한 번씩 치료를 받을 때마다 병원비가 수백만 원은 나오니까, 이번에는 마침 끝나는 예금도 있고 해서 미리 천만 원을 준비해 뒀거든요. 그런데 가족끼리도 다 알고 친하게 지내는 엄마 친구 부부가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면서 그 돈을 빌려 달라는 거예요. 다른 것도 아니고 엄마 병원비를요! 전 반대했는데, 한 달 뒤에 꼭 갚겠다고 아줌마랑 아저씨가 번갈아가며 하도 조르니까 엄마가 그 말을 믿고 빌려 주셨어요. 친한 친구인 데다, 어차피 그 돈은 퇴원할 때 낼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말이 없는 거예요. 이제 곧 엄마가 퇴원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전화해서 빨리 돌려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하루, 이틀을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지난주부터는 아예 전화를 잘 받지도 않고 받으면 대뜸 욕을 하는 거예요! 어련히 알아서 갚을 건데 어린년이 어른을 도둑 취급을 한다면서요. 어이없죠?”
“그래서 내가 직접 전화를 했는디, 글쎄 이것들이 나한테도 지금은 못 갚는다, 늦어지는 만큼 이자를 챙겨 준다는 데 뭐가 문제냐, 이렇게 나오는 거여! 이번에 쓸 내 병원비인 거 잘 알지 않느냐고, 돌려달라며 오히려 내가 부탁을 했어. 그래도 배 째라, 모르쇠인 거여! 오냐, 그렇게 나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는디… 그날 밤에 우리 집에 불이 난 거여.”
“그 불로 집이 다 탔어요. 동생 우정이랑 둘이서 몸만 겨우 빠져나왔어요. 그날따라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가 자고 있던 우리를 깨워서 겨우 살았죠. 아니면 셋 다 자다가 죽었을 거예요. 경찰 말로는, 방화가 의심된다는데 CCTV가 없는 집 뒤의 사각지대에서 불이 시작된 거라 범인을 잡기가 어렵대요. 정말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요! 우리 엄마랑 그렇게 친했으면서… 흑, 어떻게 다른 돈도 아니고 우리 엄마의 병원비를… 그것도 단돈 천만 원 때문에 30년의 우정을 버리고 친구 집에 불을 지르다니 용서할 수 없어요. 제가 엄마를 돌보느라 지금은 참지만 엄마가 다 나으면 절대로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엄마, 우리 꼭 건강해져서 그 사람들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자!”
“그려! 내가 아프니까 혹시 잘못되면 그냥 떼먹으려고 빌린 거 같은디. 지들 맘대로 안 된다고 내 새끼들을 죽이려고 들어? 내가 꼭 나아서 둘 연놈을 혼쭐을 내야지! 억울해서라도 이대로는 못 죽는다! 억울해서!”
“저도요!”
차르륵. 갑자기 원희 옆의 커튼이 활짝 열리더니 6호 함복수가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