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옳았다 7화

실화 소설

by 홍유진

암 병원은 사람들로 붐볐다.


햇볕이 잘 들게 지어진 7층 유리 건물은, 바로 옆에 붙은 장례식장만 빼면, 산뜻했다.


양은 어딘가로 오가느라 저마다 바쁜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 로비를 둘러봤다. 새벽 첫차를 타고 올라온 부모님을 찾기 위해서였다. 수납 창구 앞 의자에 구겨지듯 앉아 있던 하수상과 강금희가 먼저 양을 알아보고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보름달이 비추는 고향집 마당을 함께 거닐던 며칠 전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상황이라서, 세 사람이 엷은 반가움을 얼굴에 띠고 서로를 바라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사이에 양은 동네 내과에서 받은 검사 결과지를 꺼내며 의사가 한 말을 되도록 담담하게 전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런 일을 예감한 건가. 양은 어렸을 때부터 갑자기 죽음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지를 이따금 상상했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일러두기도 했다.


“머지않아 죽는다면, 나는 멀리 떠날 거야. 가족이나 친구, 누구도 모르게. 서운해 하지 마. 어차피 죽을 텐데, 서로 슬프고 아픈 모습으로 기억되느니 그게 나아. 다시 한 번 가고 싶었던 유럽을 여행하다가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조용히 쓰러져 죽고 싶어.”


양의 마음가짐은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서 더 뚜렷해졌다.


그리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한번 살아 보고픈 나라였다. 그래서 동네 의사가 암이 의심된다고 말하던 순간, 양은 떠올렸다.


만약 내가 정말 암이라면, 그렇다면, 그리스의 산토리니로 가자. 아무 생각 없이 지중해에 몸을 담그고 올리브유나 실컷 먹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