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다음날인 화요일, 처음 보는 40대의 남자 간호사가 아침 일찍 양을 찾아왔다. 수간호사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얼굴의 수간호사는 직업적 부드러움을 얹어 조심스레 양을 불렀다.
“하양 님?”
“네?”
“저는 111병동의 수간호사예요.”
“아,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을 통해 2인실을 신청하셨죠?”
“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2인실로 한번 이동하면 4인실이나 6인실뿐 아니라, 다른 2인실로도 다시 이동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가시겠어요?”
양과 금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6인실 대기자들에게 물어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네.”
이날도 여전히 양호하다는 심해의 회진이 끝나고 오전 간식을 먹고 있는데, 수간호사가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여기로 오시겠다는 분의 자리는 1103호예요. 이쪽 라인의 방들 중, 제일 끝 방입니다. 어떠세요?”
“아, 1인실의 맞은편 방, 말씀인가요?”
“네. 자리는 창가 쪽이 아니라 복도 쪽인데, 괜찮으세요?”
“네! 상관없어요!”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그쪽에서 6인실로 오실 분은 아직 이번 차 항암 치료 전이세요. 면역력이 괜찮은 상태시니 미리 짐을 빼고 복도 의자에서 기다리기로 하셨어요. 그쪽 자리의 정리와 소독이 끝나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시겠습니다.”
“네! 저도 얼른 짐을 싸야겠네요!”
“천천히 하셔도 돼요. 그쪽 분도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럼 준비가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금희와 양은 서둘러 물건들을 챙겼다.
어디든 여기보다는 낫겠지.
두 사람의 공통된 바람이었다.
예진이 와서 금희를 도와주었다. 연두가 남긴 간식 그릇을 들고 나오던 기대가 그 모습을 보곤 깜짝 놀라더니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저희, 2인실로 이사 가거든요. 이 방에서 좋은 분들도 많이 뵈었는데 아쉽네요.”
“저기 때문에?”
기대는 사나운 눈길로 2호를 가리켰다.
“그렇게 됐네요.”
“세상에, 무슨 이런 법이 있어요! 왜 피해를 본 사람이 쫓겨 가야 합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1103호니까 오며가며, 배선실에서도 또 뵈어요.”
기대는 2호 앞에서 잠시 씩씩거렸다.
다 들었을 텐데, 혼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기대는 제풀에 지쳐 다시 4호로 들어가 버렸다.
금희와 예진이 짐을 다 싸고 2인실 청소가 끝나기만 기다리는데, 갑자기 양의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계속 오르던 체온은, 점심에 나이팅게일 간호사가 피 검사의 결과를 적어 주러 왔을 때는 이미 38도가 넘었다.
혹시나 2인실로 못 가게 될까 봐 열이 오르는 걸 느끼면서도 참았던 양이었다.
이날 양의 과립구는 다시 0.
피해갈 수 없는 혈액 배양 검사를 당하고 해열제를 먹으며 양은 자신의 몸과 대화를 시도했다.
“열아, 제발, 제발, 제발, 떨어지자. 안 그럼 우리 2인실로 못 갈지도 몰라. 부탁해, 몸아.”
다행히 열이 곧 내렸고, 원석의 허락을 받아 양은 2인실로 가는 휠체어를 탔다.
송화와 복수, 용녀는 침대에 앉은 채로 아쉬운 인사를 건넸다. 특히 송화는 휠체어를 타고 다가간 양의 손을 오래도록 잡고 있었다.
“힘내요. 꼭 나을 거야.”
“…감사합니다. 할머니도… 행복하세요.”
2인실로 가는 길에, 짐 가방을 옆에 놓고 복도 의자에 앉아 속닥거리는 환자와 보호자가 보였다. 사이좋은 자매 같았다.
아주머니 덕분에 6인실을 벗어납니다. 고맙습니다.
저희와는 안 맞았지만 아주머니와는 잘 맞을 수도 있으니 행운을 빌어요. 그들을 지나칠 때 양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