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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Oct 29. 2023

나와 아이의 한계를 인정하자

자폐 아이와 행복하기 위해 홈런 아닌 롱런을 선택하다

지금 아니면 안 되고,

이거 안되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지금 당장 아이가 해내지 못하는 것들에 좌절했고,

아이를 위해 아파도 힘들어도 해내야 하는 것들에 헉헉댔다.


아이는 배워도 배워도 제자리였고

 몸은 열 개여도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점점 예민해졌다.

시간을 쪼개 나를 더 혹독히 대했고,

아이를 나무라고 원망하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가 사춘기를 맞이할 때쯤,
나에게도 전환이 되었다.

불가능한 목표에 대한 포기였고
현재 상황에 대한 인정이었다.


열혈엄마가 되어 자폐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짠'하고 나아지거나

급변하길 기대했던 지난 시간들.

오래는 못했어도 안 해본 치료들은 없었고 유명하다는 인터넷 카페나 치료법 배우는 곳에는 발도장을 찍었다.

아이는 낮잠을 쪼개어 배웠고,

나는 밤잠을 쪼개어 가르칠 준비를 했다.

분명 얻은 것도 있었지만 한계도 있었다,


공부한다고 다 서울대 들어가고,

운동한다고 다 식스팩 갖고,

투자한다고 워런버핏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연예인이 될 수 없듯이

아이도 분명 도달할 수 없는 곳이 있는데도,

나는 모른 척 외면하고 부정했다.

그때는 그게 실낱같은 희망이었으니까.


그 희망이

분명 그때는 일어설 힘이 되었는데,

지금은 되려 힘 빠지게 한다.


아이와 걸어가야 할 길이 아주 길고 긺을 이제 깨닫는다.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탈진하고 주저앉기엔 너무 길다. 천천히 제 속도로 가야 완주할 수 있다.


이제는 아이가 인생 역전되는 한 방의 홈런을 꿈꿀 수 없는 게 현실임을 안다.

그래도 천천히 아이와 롱런할 수는 있다.


지금은 야구 9회 말이 아닌, 마라톤 초반 막 오르막길을  달리는 중이다.

전속력이 아닌, 지구력과 끈기가 필요한 시기다.


인라인을 배우기 위해 부단히 걷고 또 걸었다. 인정은 포기가 아니다. 좀 더 즐기며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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