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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Nov 26. 2023

가지 않은 길이 아닌, 지금 걷는 길에 집중할 때

사춘기 자폐 아이와 롱런 하고 싶다면,

그때 이게 아닌 저걸 선택했다면,

내가 좀 더 이랬더라면,

지금 어떠했을까?


수많은 갈래길에서 심사숙고한 결정도 있었고,

남들이 한다니 덩달아한 선택도 있었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들도 많았다.


일이 잘 풀릴 때는 그 선택을 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일이 안 풀릴 때는 그 선택을 한 나 자신을 원망한다.


내 일에서는 잘 후회하지 않는다.

내 선택은 내 책임져야 하는 내 몫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의 일,

더군다나 자폐 아이의 일에는,

그 결정 하나하나가 나를 들뜨게 하기도 하고 침전시키기도 한다.


자폐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

서울에 좋다는 조기교실을 보내지 않은 것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못한 것

아이에게 필담을 가르친 것

아이의 변비를 해소시킨 것

아이에게 다양한 흥밋거리를 만들어준 것.

그 외에도 수많은 결정의 기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있을 때,

어디에서든지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그럼 마음이 조금 가벼워져서였을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이는 성장 중이고 나는 아이 곁에 있다.

선택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자책은 내려놓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닌

지금을 봐야 한다.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지금'이라는 시간과 아이.

그게 제일 먼저다.


이전 실책을 자책하거나 실적에 자만할 여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 나에게 주어진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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