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가 아닌 규칙으로,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대하기

사춘기 자폐 아이와 다투지 않는 법

by 삶은 사람

아이가 어릴 적 힘겨루기를 했던 적이 있다.

아이는 성이 안 풀려 자기 무릎을 내리치다가 나를 꼬집으려고 했고, 나는 피하기를 반복하다가 피할 수 없게 되자 아이의 손목을 잡아 맞섰다.


어찌나 힘이 세던지,

열 살짜리 아이가 악쓰는 힘을 버티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지방과 경험치 덕에

밀리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경험을 몇 번 한 뒤 깨달았다.


아, 힘으로는 곧 안 되겠구나.


아이는 계속 자라고 있으니,

오늘 보여준 힘은 아이가 보여준 가장 미숙하고 약한 힘일 것이다.

더 이상 힘이나 목소리로 이기는 건은 어려울 것이다.


행여 그렇게 하여 말을 듣는다 해도 잠시일 뿐,

나의 폭력성을 배워 청출어람하여 더 강하게 진화할 것이고

나는 점점 아이에게 휘둘릴 것이다.

아이도 엄마보다 자기가 힘이 세단 걸 금방 깨달을 테니까.


나는 사춘기 자폐 아이를 키울수록 더더더 감정적 대립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위를 맞춰주는 게 아니라,

아이의 폭력적인 면을 자극할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가 일방적으로 내리는 지시가 아닌 원칙과 규칙으로,

감정적 대응이 아닌 이성적으로 대하는 것!


규칙대로 하는 것이고,

우리는 약속대로 행동하는 것뿐.

널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널 미워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는 내 목소리가 조금만 바뀌어도 불안해한다. 그만큼 아이는 예민하다.

행동과 말이 정교하지 않아서인지,

감각은 여느 누구보다도 예민하다는 것을 가끔 잊는다.

오늘 날씨의 기압과 습도, 집 안 분위기, 엄마 목소리, 가구 배치 변화, 자신의 수면이나 장 컨디션까지도 매우 민감한데 말이다.


규칙과 이성으로 대하면서 갈등이 눈에 띄게 줄었다. 부모 자식 간에 규칙으로 얘기하는 게 정 없어 보여 어색하기도 했지만, 갈등이 없으니 되려 정이 더 샘솟는다.


널 믿었는데,

이 정도는 해낼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막연한 기대와 실망이 더 위험하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 모자 관계는

신뢰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


대변 뒷처리가 가능한데도 부모와 같이 가려는 아이에게 규칙을 정해주고 보상을 줬다. 당연히 규칙과 보상 모두 아이와 상의한다. 아이는 이제 혼자는 물론 문도 잠그고 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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