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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Nov 29. 2023

바람아 불어봐라, 그래봤자 너는 지나갈 바람이다

사춘기 자폐 아이 키우며 멘탈 잡기

그냥 울고 싶은 날 여지없이 넘어진다.

넘어져보니 세상이 다 서러워진다.

늦게 일어나서 분주했던 아침도,

발에 꼭 안 맞는 신발도,

제 시간보다 먼저 왔다 가버린 버스도,

다 원망스럽다.

세상이 나를 약 올리려고 세트로 짰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폐 아이를 키우며 멘탈이 많이 약해졌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더딘 냉정한 현실에,

참혹할지 모르는 걱정이 담긴 미래에,

모르는 사람들의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시선에,

괜히 찔리고 움츠러들어

울고 싶어 넘어지는 마음으로

상처를 받고 가장 깊은 아래로 가라앉았다.


나이가 들면서 용감해져서인지,

살면서 이골이 나서인지,

아니면 바닥을 딛어서인지

언제부턴가 나는 조금씩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올 때 쓰러지지 않고 되려 단단해졌다.


바람이 불면, 온몸으로 맞으며

정신없이 흔들렸던 지난날과 달리

나는 이제 바람이 불면, 바람을 이용해 볼 기회를 궁리한다.


물론 여전히 흔들리고 있지만,

이 흔들림이 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없다는 걸,

잠시 그렇게 불어오다 그칠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


아이와 삶이 두려워지면,

아이와 나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제대로 봐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게 참 잔인한 말이지만,

위기를 위기 뜻대로 위기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위기를 과대해석해서 미리 쓰러지지 말고 바로 보기.

그리고 그 안에서 나와 아이가 할 수 있는 것 찾아 실행하기.

그게 그냥 이 시간을 버티는 것이어도 말이다.


그렇게 여유와 배짱으로

수없이 불어올 바람을 맞이하련다.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바람을 기회 삼는 여유와 배짱이 필요하다. 불어봐라! 그래봤자, 너는 지나갈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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