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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Dec 20. 2023

퇴사가 투사(鬪士)처럼 보이는 이유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김수민 저

양손 가득 욕심껏 쥐고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기보다
가장 가지고 싶은 것, 꼭 쥐어야 할 것만 쥐는 삶을 선택하는 게
내 분수에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손도 작다.
다 쥐려다가 다 우르르 떨어트릴 것이 뻔했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선망의 일을 하는 아나운서. 최연소 타이틀이 3년이 지나지도 않은 채 하지 않고 박차고 나온다. 자신의 진짜 행복을 위해서.

마음만 먹으면 이루고 마는 특출 난 능력과 스펙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가의 선택과 결과를 다 지켜보고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결과론적 입장에서 하는 말일뿐.  

내가 가진 것을 놓아야 잡을 수 있다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가진 것을 과감히 내려놓는 그녀의 용기와 결단에 절로 박수가 쳐진다.


나는 어떨까?

내가 가진 것들을 불평하며,

내가 갖지 않은 것들을 동경하며,

내가 가진 것들을 놓지도 않고, 내가 갖지 않은 것들을 제대로 움켜쥐지도 못한다.


내가 20대였다면 선택이 더 쉬웠을까?

아니다. 20대에 성공을 맛보고도 새로운 결정을 하는 것은 가본 적 없는 낯선 곳에서 이정표 없이 헤매는 기분일 것이다. 성공의 기쁨에 취하고 싶고, 우쭐하고 싶을 텐데 다시 시작한다는 것 대단한 용기 없이 어려웠을 것이다.


주변에서

내가 조금만 더 젊었으면,  

내가 부양할 가족이 없었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지금 현실과 타협해서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며 한탄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며 현실과 타협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나아갈 길이 어디인지 알았다면

아마 조금 더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불확실함을 한계와 책임감으로 변명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여전히 나는 내가 살아내고자 하는 궤도를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다 보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을 거라는 건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마음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향해
무게중심을 잡고 방향감각을 가다듬으며 반복해 나아가는 것이다.

하루하루 원하는 모양새로 살아낼 수 있다면 잘 사는 것이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곧 '궤도'가 될 테니까


내가 원하는 삶과 가치, 그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 순간, 나의 발걸음에도 힘이 실리고, 속도가 붙을 것이다.

또 그 발걸음들이 모여 길을 만들 것이다.


퇴사가 투사처럼 보이는 이유는,

자신의 열정을 쏟고, 기꺼이 고생하고 부딪힐 용기를 내서 그런 건 아닐까?

식었던 마음이 다시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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