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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Jan 02. 2024

D-2. 2박 3일 입원을 앞두고 생각은 꼬리를 물고

완벽한 디펜스 작전계획 전에 쉼이 필요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당초 계획은 좀 더 촘촘했지만, 독감의 방해로 많이 느슨해졌다.


이틀 뒤 아이는 입원할 예정이다.

어찌어찌하여 아이는 의료적 목적으로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국소마취로는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전신 마취를 통해 진행해야 해서 종합병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중증 자폐아이의 포경수술이 생소한지라, 다들 당황하면서도 호의를 베풀어주셨다.

다행히 지역 장애인 보건의료지원센터에서 적극 도와주어 포경수술을 다루지 않는 대학병원에서 진행해 주기로 했다.


수술 하루 전날 입원, 수술 후 회복까지 일주일 입원하며 지켜보자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하루도 자신 없는 병원생활이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며 손사래를 했다.


아이가 7살 때 뇌경련 의심증상이 있어 입원했을 때, 링거 맞은 채로 잠들 줄 모르는 아이를 휠체어에 태워

밤새 끌고 병원 곳곳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 나이 또래야 이해한다 치더라도 열네 살 아이의 야행을 곱게 봐줄 사람도, 견뎌낼 보호자도 더 이상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질색팔색하는 나의 얼굴을 보고 이해하겠노라 하시며 2박 3일로 보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미리 챙겨야 할 것들을 상의했고, 친정부모님께 둘째를 부탁드리기로 했다.

나는 독감 간호로 미뤄둔 부랴부랴 시각적 소통도움판을 만들고, 할 일들을 정리했다. 남편도 한동안 못 할 일들을 마무리하느라 바빴다.


이번 겨울에는 기분전환 겸 여행도, 제대로 된 자기 계발도, 운동도 다 미루었다. 오로지 수술과 회복.


작은 상처도 가만두지 않는 아이는 아파하면서도 매일 뜯고 또 뜯었다. 공들여 붙인 밴드가 일 초도 못 버티고 떼어졌다.


포경 수술 뒤에도 그렇다면,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다.

포박을 해야 하나? 글러브를 끼울까? 별 생각을 다했지만(남편은 깁스를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는 좌엄마 우아빠 마크가 제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한 명이 나가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찰나에 막을 수 있을까?

긁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뜯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본능을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정신력으로 막아봐야겠다.


디. 펜. 스.

슛을 넣기가 무섭게 바로 수비로 전환하던 농구 팀처럼

나도 제대로 디. 펜. 스. 해야겠다.


그전에 쌍독감 간호로 지친 나를 달래줘야 되는데.

보고 싶은 책도 영상도 있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잠이 쏟아진다.

그래, 쉬자.

지금은 쉼이 필요할 때다.


상처가 희망이라는 말이 위안이 된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이왕이면 좀 빨리, 좀 쉽게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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