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도끼만행사건 49주년 희생자들을 기리며
49년 전,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미루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나무의 가지를 치던 두 미군 장교, 아서 보니파스와 마크 버렛은 북한 군인들의 도끼에 쓰러졌다. 피와 쇳내가 한여름의 공기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분노한 미군은 곧 ‘폴 버냔 작전’을 펼쳤다. 하늘에는 B-52 폭격기의 그림자가 깔렸고, 오산의 활주로에는 전투기 엔진의 굉음이 지평선을 흔들었다. 미드웨이 항공모함은 바다를 밀며 다가왔다. 그날 나무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니었다. 결국 북한 정권의 유감 표명으로 사태는 끝을 맺었지만, 긴장은 땅속 뿌리처럼 깊이 남아 썩지 않았다
한국전쟁 정전 이후 103명의 미군이 DMZ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은 오래도록 전투로 기록되지 않았다. 이름 없는 바람처럼 JSA를 스쳐갔고, 기억은 잊혔다. 2000년대 들어서야 미 육군은 뒤늦게 정책을 고쳐, DMZ 근무자들에게도 전투의 명예를 부여했다. 그제야 희생은 기록이 되었고, 헌신은 예우가 되었다.
DMZ는 평화의 땅이 아니다. 그곳에 선 군인들의 숨은 여전히 무겁고, 긴장은 날마다 날카롭다. 다시는 그 땅에서 도끼의 울음이 울리지 않기를. 다시는 그 피 냄새가 바람에 섞이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