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라는 단어로만 묶기엔 아까운 사람들 - 한국의 지하 아이돌
홍대 소극장에서, 새로운 별들이 뜨기 시작했다.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며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하 아이돌'이다.
지하 아이돌. 또는 라이브 아이돌이라 부르는 새로운 아이돌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지하 아이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고 한국에 넘어온 대부분의 지하 아이돌 문화도 일본에서 쓰던 용어 그대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을 한국 아이돌의 한 갈래로 봐야 할까, 일본의 서브컬쳐 문화 중 하나로 봐야될까?
한국에서 지하 아이돌을 위한 무대는 2018년, 홍대 스테이라운지에서 열린 ‘집호랑이 축제(이타페스)’가 크게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일본, 홍콩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과 같이 무대에 섰다.
7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에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로 지하 아이돌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겐바(지하 아이돌 콘서트)는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매일 무대가 펼쳐진다. 무대에 서는 지하 아이돌도 한국인인 경우가 대다수다. 고작 10년도 안 된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거대한 변화는 2018년과 2025년 사이에 있는 COVID-19 팬데믹 기간이 업계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신촌에서 홍대, 합정까지 걸쳐있는 여러 소극장은 대부분 인디 뮤지션이나 밴드의 무대였다. 홍대에 무대를 보러 간다고 하면 자신이 발굴한 새로운 인디 밴드의 공연을 따라다니거나, 홍대 라이브 펍에서 진행하는 공연을 관람하는게 대부분이었다. 좋아하는 밴드는 환호하고, 처음 보는 아티스트에겐 박수를 보냈다. 당시의 홍대는 싱어송라이터, 밴드, 보컬리스트 등 인디 뮤지션이라면 한 번쯤은 거치게 되는 길이었다.
그러나 COVID-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인디 씬을 포함한 공연예술 전반에 큰 타격이 닥쳤다. 소극장의 문은 닫혔고, 야외 버스킹 역시 팬데믹 기간 동안 멈춰야 했다. 공연 예술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던 시점, 소극장의 무대 위에 다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무대를 활기차게 채운 건 인디 뮤지션뿐 아니라, 팬들과의 밀도 높은 소통을 무기로 찾아온 지하 아이돌들이었다. 이들은 위축된 공연 문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며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었다.
현재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 중 2022~2024년에 데뷔한 팀이 대부분이다. 국내 씬에서 잘 알려진 아이돌이 2018~2019년에 데뷔한 걸 생각하면 국내에 자리 잡은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신생 문화에 가깝다. 그러나 COVID-19란 특수한 상황에서 빠르게 홍대를 선점한 지하 아이돌은 고작 몇 년 사이 빠르게 대중들한테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러 팀들이 생기고, 유튜브나 SNS 등 여러 미디어에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지금의 홍대는 지하 아이돌이 자리매김하기까지 명백한 일등공신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은 아직 일본의 색채가 강하다 . 용어와 문화가 일본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겐바(지하 아이돌 콘서트), 케챠(응원봉으로 좋아하는 멤버를 가리키는 행위), 체키(라이브 종료 후 촬영회) 등은 일본 현지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해외 투어 대상 역시 일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하 아이돌의 독특한 세계는 팬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대형 기획사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며, 공연은 팬들과의 감정적 교감을 나누는 중요한 순간이 된다. 소규모 공연, 팬미팅, 셀프 브랜딩 등은 그들이 팬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문화적 흐름을 만든다.
지하 아이돌이 서브컬처 문화로 한정 지어지는 이유는 주로 J-POP 위주의 음악, 일본어로 이루어진 가사와 응원, 그리고 화려한 공연 의상이 한국의 아이돌과 비교해 일본 아이돌의 감성과 비슷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하 아이돌 문화는 일본의 지하 아이돌과 동일시하기보단,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보는 건 어떨까.
인디 뮤지션과 지하 아이돌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대형 기획사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브랜딩을 추구하고, 화려한 무대보다는 팬들과 가까운 소규모 공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단편적인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개성적인 무대를 강조하며 자기 표현의 장으로 만든다.
지하 아이돌도 처음에는 서브컬처에서 파생된 문화였지만, 현재는 하나의 무대를 이루는 인디 뮤지션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지하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비주류의 이미지를 강하게 주어 때로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필자는 지하 아이돌이 발전한다면, K-POP 아이돌 산업과 서브컬처 산업에서 벗어나 인디 음악의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홍대는 이제 인디 밴드, 싱어송라이터의 무대와 지하 아이돌이란 새로운 주역이 함께한다. 그들이 선택한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들은 그 길을 통해 자기만의 존재감을 확립해가고 있다. 그들은 무대의 크기와 상관없이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으며, 팬들과의 깊은 연결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무대가 크든 작든, 지상에서든 지하에서든, 언제나 무대를 꿈꾸고 도전한다. 인디 뮤지션의 무대는 K-POP 아이돌의 대안이 아니며, 어느 한 장르에만 한정 짓기는 아까운 씬이다. 그러니 조금은 새로운 가능성의 방향으로 응원해주자.
지상과 지하, 어디든 꿈을 꾸는 사람은 빛난다.
홍대의 작은 무대에서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더는 ‘지하’라 부르기엔 아깝다.
K-POP도, 인디도 아닌 그들만의 장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음악 문화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
Credits
Writers Choi Ahra, SeukA
Layout Design Park Minjae
Editor H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