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인도 나이키나 스타벅스처럼
자기 브랜드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3당 4 락"
세 시간을 자면 붙고 네 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이 말은 1980년에서 90년대 입시생 책상 앞에 하나쯤 붙어 있을 법한 표어다. 소위 엉덩이로 공부하던 그 시절, 7시 30분 조회를 시작으로 밤 10시 30분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족히 15시간이나 되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학생들은 우르르 교문을 나섰다. 대부분 학생은 집으로 가기보다 독서실로 향했다. 한참 먹을 때라 시도 때도 없이 고픈 배를 라면으로 채우면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겨우 독서실 셔틀에 몸을 싣고 이른(?) 귀가를 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겨우 머리를 누이고 4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나면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를 똑같은 하루가 또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89년 하이틴 스타였던 이미연과 김보성 배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이 영화는 실제로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 고2였던 나를 비롯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적잖은 위로와 공감을 주었던 영화이다. 과거 이 삼십 년 전 이른바 평균수명 70세 시대에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좋은 대학, 좋은 스펙으로 원하는 조직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반적으로 50대 중반 혹은 60대 초반까지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달라진 경력 패러다임
조직 내 세대 간 문화적 간극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고 한다. 3당 4 락이 성공을 가르는 엉덩이의 힘이 중요했던 우리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때는 기존의 틀을 반대한다는 X세대였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이라 배우고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기에 기존의 방법이 더는 통하지 않고, 소통마저 어려워진 현 사태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걸까?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1일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19년 출생아 기준으로 남성 80.3세, 여성 86.3세다. OECD의 평균 기대수명이 남자 78.1세, 여자 83.4세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자 2.2년 여자 2.9년이 더 높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노인이 되어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2002년 초에 쓴 그의 저서 Next Society에서 “25년 후에는 건강이 허용하는 한, 75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 고 예측했다. 이제 대학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길어진 일 수명을 감당할 수 없다. 수명의 증가는 전통적인 경력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20~30년 후의 미래사회를 예측한 피터 드러커의 관점에서 현재 경력 패러다임의 3가지 큰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짧아진 조직의 수명, 긱 경제의 확산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데 반해 조직의 수명은 짧아졌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평균 퇴직 나이는 48세로, 이는 1997년 IMF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더욱 심화하였다.
“이제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종류이든 조직의 수명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조직에 근무하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그 조직에 고용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Next Society. p36) “전통적인 근무 형태인 9시 출근, 5시 퇴근의 풀타임 대신에 새롭고도 다양한 형태로 노동력 시장에 참가하는 임시 고용 형태”(Next Society. p36) 긱[1] 경제가 확산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노동자 3명 중 1명이 프리랜서나 임시직, 독립 계약자의 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
둘째. 길어진 수명으로 나타나는 제2의 경력
바야흐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이다.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일 자체를 그만두지 않고, 전통적인 일과는 다른, 즉 스스로를 고용하는 셀프 고용 형태의 제2의 경력을 시작한다.” (Next Society. p36) 100세 시대는 한 사람이 한 개의 직업만 갖는 구조가 아닌 다양한 차원의 수익구조를 갖는 파이프라인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이는 자신을 포지셔닝하고 차별화하는 1인 브랜딩 지식창업으로 가능한데,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박용후는 마케터라는 명칭 대신 자신의 직업을 관점 디자이너로 네이밍 하면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그가 사용하는 명함은 5개에서 17개까지 다양하며 맡은 업무에 따라 계속 변한다고 한다.
셋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자아정체성
21세기는 지식사회라고 한다. 코로나는 지식사회로의 변화를 더욱 본격적으로 가속화시켰고, 디지털 환경에서 누구나 쉽게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식근로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자아 정체성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Next Society. P48) 평생직장 개념의 시대에는 대기업이나 변호사, 의사, 판사가 자신의 포지셔닝을 대변했지만, 지식사회에서는 어떻게 일하는 00 변호사, 또는 누구를 돕는 00 마케터 등과 같이 자신을 수식하는 차별화된 퍼스널 브랜딩이 매우 중요해졌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지식사회는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상승이 실질적으로 무제한 열려 있는 최초의 인간사회"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발달은 이를 실제로 가능하게 했다. 이것은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자기의 관점으로 포지셔닝하기만 하면 된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다른 사람이 물을 때마다 일관성 있는 하나의 문장 즉, 브랜드로 각인시켜야 한다.
[1]
gig :
임시로 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