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화, 두근대며 멈추지 않고 있을 테니까

by 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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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며 여느 때와 같은 날을 보냈다. 퇴사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디디에게 이름을 지어준 날의 대화가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계절이 바뀌어가는 것을 매일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일부러 내가 느끼려고 노력했다. 디디처럼 미세하게 바뀌어가는 흐름을 느끼고 싶었다.


변화해가는 것을 느낀 것은 계절만이 아니었다. 똑같은 문제를 고민해도 어제와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꿈틀거리며 생각을 바꾸어가는 것도 느껴졌다. 그리고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책을 읽거나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될 때에 이전처럼 완벽하게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초반에는 그 언어나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반복을 통해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날, 내가 미쳤던 것인지 환청을 들은 것인지 그저 혼잣말로 대화한 것을 디디가 말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망상이었든 미친것이었든 상관없다. 그리고 방에 살아있는 게 어딘가 숨어있는 개미가 아니라 디디여서 다행이다. 개미보다는 디디가 더 예쁘다. 게다가 며칠 사이 디디가 조금 더 예뻐진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볼품없이 흘러내린 줄기와 듬성듬성 펼친 잎은 비슷한 것 같지만, 디디의 말대로 디디의 생명의 기운은 지금도 두근대며 멈추지 않고 있을 테니까 예쁘게 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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