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하 Jan 10. 2023

#5

의식의 흐름 기록 : 재능의 범주

# 하고 싶은 일 > 재능의 범주 > 프리랜서 > 컴퓨터 > 에어컨 > 담배 > 대화 상대 > 흥얼거리기 > 책 소리 내어 읽기 > 이따금 춤


221229 브이라이브에서 크래비티 형준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해야겠다고 생각을 굳히게 된 이유 중에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가족만큼 친한 친구관계를 갖게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가족 외에 또 다른 가족을 만들고 싶었다고. 

어떤 일을 하려 하거나 꿈꿀 때에 그 작업에 대한 재능과 성취 후의 보상뿐 아니라 작업 환경에 처한 나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환경에 대한 적응력 또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실로 그 환경이 좋아서 누군가는 그 환경을 그저 버텨야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적응이 되어버려서 그 환경을 받아들이고 즐길 때에 분명 작업에 대한 재능도 배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잠을 잘 때에 옆에 누가 있으면 푹 잘 수 없다. 

작업할 때는 결국 내가 있는 공간에 혼자 있는 게 편하다. 

혹은 주변에 누가 있을지라도 내 작업의 흐름을 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의 마디가 있는 게 좋다. 

지금은 신을 믿지 않지만, 어릴 적에 교회에 다닐 때 수련회에서 뛰쳐나온 적이 있다. 

도저히 단체생활을 못 견디겠어서. 


위에 나열한 것은 프리랜서를 준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몇 가지이다. 

이전에도 분명 시도하려다 말았었다. 그때의 장애물은 컴퓨터였다. 분명.. 그때 컴퓨터도 나쁘지 않았는데... 물론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의 3분의 1 가격이었지만 나름 비싸게 주고 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디자인 작업을 매우 수월하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니터도 하나였고! 


그리고 그다음 장애물은 여름 더위였다. 내 방은 에어컨을 둘 수 없는 구조였기에 여름에 컴퓨터를 켜면 1시간만 써도 방은 말 그대로 찜통이 되고 나는 땀으로 샤워를 해야 했다. 그러나 뚜둔. 작년 여름에 창문형 에어컨을 들였다. 그 덕에 여름에 창문을 열 수 없어 답답하지만.. 그래도 컴퓨터 작업이 가능하다!! 나이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게 있다. 이웃의 담배냄새이다. 정말 하루에 몇 번을 담배 피우러 가는지... 아무리 금연 방송을 해도 내가 사는 곳의 이웃은 하루 종일 복도 중간부터 담배에 불을 붙이며 걸어가 계단실에서 담배를 피운다. 겨울이 그나마 낫다. 추우니까 좀 덜 피운다. 복도에서부터 불 붙이며 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도 그런 적 없다고만 할 뿐 고쳐지지 않는다. 아, 아저씨. 현관문에 설치된 캡스에 다 녹화되었거든요? 후.. 낮에는 연기가, 새벽에는 불 붙이는 게 제대로 찍힌다. 그럼에도 오리발. 


그리고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대화 상대가 가족으로 한정된다. 아마 늘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하게 되고. 그렇다고 전화기 붙들고 친구랑 오랫동안 통화하는 성격도 아니다. 회사에 있으면 그래도 친한 동료들과 말도 안 되는 의식의 흐름으로 농담 따먹기 하는 재미가 있긴 하다. (이 모든 걸 상쇄할만한 이유가 더 많지만) 


그래도 혼자 일할 때 좋은 점은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할 때 나도 모르게 화음을 넣으며 흥얼거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혼자 남아 야근할 때도 그렇게 일했는데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나오는 거라 문득 엇! 하고 입 막은 적도 있다. ㅎㅎ 혼자였는데.. 밤 10시에..


이 부분은 책을 소리 내어 읽기로 상쇄해보려고 한다. 당연히 대화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이다. 그래도 하루종일 입에 거미줄 치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안 그래도 딕션연습, 호흡연습도 하고 책도 읽고 얼마나 좋은가? 무엇보다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읽다가 졸지 않아서 좋다. 술술 읽히는 소설은 대화 부분에서 연기도 하며 놀 수 있고 정보 관련 책은 이해 안 되는 구절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꼼꼼히 다시 체크하게 되어 좋다. 


최근에 퇴사를 준비하면서 드디어 마음에 여유가 생겨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 바쁘고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서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되었었다. 소리 내어 읽기를 다시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다. 그리고 잘못된 습관이 생긴 것도 발견했다. 디자인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근육이 굳어지면서 이상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있게 되는데 다리, 골반, 허리, 어깨, 고개 삐딱이, 입술 깨물기, 미간에 힘주기 만이 아니었다. 혀 아랫부분이라 해야 하나 목과 턱 사이 접히는 부분에 이상하게 힘을 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리 내어 책 읽기를 하다 보니 혀 아래 안쪽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발음이 뭉개지고 목이 아픈 것이다. 이 부분의 힘을 푸는 연습을 하자 턱과 관자놀이까지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시원하기까지 하다. 소리도 더 공명이 좋아졌다.


아, 그리고 혼자 일 할 때 정말 중요한 점은 50분에 한 번씩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씩 춤을 추는 것도. >ㅅㅇ 찡긋

매거진의 이전글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