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 글이 아닌, 아버지의 노트를 옮겨 적은 글로 채워졌습니다.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니다 상경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부산으로 내려와 섬유인으로서 새롭게 자리를 잡는다.
4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흘러오며 지난 여정을 문득 되돌아보게 됐고,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느낄 인생의 전환점이 나에게도 왔구나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많은 분이 이 글에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삶에 감사하며, 흐르는 대로, 가볍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편집자의 말 / 2024.
저는 이 글을 쓰신 분의 딸입니다.
글에도 아주 잠깐 출연했지만 이상하고? 자유로운? 그 딸 맞습니다.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다른 여행보다 흥미로웠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부모님 세대의 자유 여행자를 꽤 많이 만났다는 것입니다.
주로 은퇴 후에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 위해 떠나오신 분들이었죠.
어쩌다 보니 그분들과 꽤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었기에 갑자기 주어진 인생의 여유가 당혹스러우신 분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불면증까지 오신 분도 계셨어요.
지금 하고 계신 여행마저 자의보다는 타의와 사회의 흐름에 오신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여행’이 인생의 필수 요소는 아닌데 말이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부모님 생각이 정말 많이 났습니다.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나의 아버지도
사회의 한 부분이자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오신 성실한 분이셨으니까요.
한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기보다는
글을 한 번 써 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말은 공중에서 금방 사라지지만 글은 아버지의 삶을 천천히 되돌아보기에,
그리고 두서없이 쏟아내도 괜찮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서요.
예전엔 아저씨들이 왜 그리 정치경제사회 얘기에 열을 올리시나 당황스러웠는데
아버지의 글을 옮기며 이제야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아버지의 소중한 글들을 이렇게 편집하는 영광도 누릴 수 있게 되었고요.
모쪼록 청년들도 힘들지만,
그런 청년들을 낳아 주시고 키워 주신 부모님들의 고민 또한 짙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각자의 행복과 속도를 찾아 서툴러도 소통하고 이해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 앉아 편안히 웃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펼쳐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
부디 공감과 위로, 나아갈 힘이 함께 하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아버지 세대의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모든 분야에 관심과 논쟁을 이끌어온 세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이 이토록 다채로운 능력을 가진 나라로 성장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편안하게, 재밌게, 반갑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