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

by 강흐름

‘고독’은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아닌, 명상이나 수행 혹은 창작과 같은 자신의 내면적 발전을 위해

혼자 있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노인들의 고독사에 대한 기사를 가끔 마주하곤 했는데 학자도 아닌 내가 감히 반론해 본다.

왜 그들의 죽음에 ‘고독사’라는 말이 붙은 걸까?

그들은 아마 외롭거나 쓸쓸했을 텐데 말이다.


현대의 삶은 풍족하다 못해 과잉의 시대이다.

사회적 관계가 지나치게 얽히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다.

언젠가 들었던 강연 내용 중에 “무리 지어 다니면서 군중 속에서 나 자신을 잃는 대신 혼자서 고독을 견딜 줄 알아야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러 인간관계를 맺으며 미움과 배척, 혐오에 지쳐 스스로 고독을 택한 경우와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어 고독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살아오며 느낀 고독이란 오히려 창의성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성취감과 내면의 발전이 있었다.

어느 유명 화가가 말하길,

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창조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고 한다.

특히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고독에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몇 년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곳에서는 혼밥과 혼술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십수 년 전의 한국에선 이상하게 보일 법한 모습이었지만 어느새 우리도 일본 못지않게 혼밥과 혼술 문화가 자연스러워졌다.

고독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인식하고 변화해 가는 과정에 놓인 듯하다.

그에 비해 ‘외로움’은 건강에 해롭거나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수록 고독과 외로움을 잘 구분해야 한다.

적당한 고독은 건강과 내면적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그저 가만히 혼자 지내며 무언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외로움에 가깝다.

어느 책에서 고독은 어른의 증거라고 했다. 스스로가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반면 외로움은 본인의 선택보다 사회적 결함이나 정서적 공허함으로 인하여 사람들과 온전히 함께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감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고독을 더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 자의식이 강한 상태 혹은 지나치게 자신에게만 집중한 상태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고독을 자신에게 선사할 수 있다면 언젠가 나의 내면과 대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이해 또한 가능해질 거라 믿고 있다.


숱한 인간관계와 사회적 연결고리 속에서 우리는 종종 고독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친구, 가족, 직장 동료 등과 끊임없이 얽혀 있다.

그럴수록 고독의 본질을 떠올려 본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 동화되어 스스로의 존재를 잃어버리는 대신 고독이 담긴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과 신념, 삶의 방향성을 찾았으면 한다.

어쩌면 낯설고 힘들게 느껴질 고독이라는 존재가 내면의 자유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나 자신도 고독을 통해 인내심을 배우고 발전시켜 왔다는 점이다.

고독과 외로움을 혼동하지 말자.

고독과 동행하며 진정으로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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