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기록 (여름의 기록)

by 강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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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인요가 (YIN YOGA)를 배웠다.


몸 안의 혈액이 새로운 길로 흐르는 기분.

구석구석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바라보는 느낌.

뼈 사이사이, 근육 사이사이.

쓰지 않았던 곳들과 신경 쓰지 못했던 곳들에 집중해 보니

내 몸과 마음이 마치 처음 만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여러 도구를 몸 곳곳에 사용하며 몸의 반응과 느낌을 바라보고 기다렸다.

근육과 마음이 적절히 섞여야 하는구나.

어느 것 하나로만 온전한 중심을 만드는 건 어렵겠구나.

기다리는 호흡을 배우며 긴장과 힘을 점점 내려놓게 되는 것을 경험을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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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어느 작은 요가원에서 명상을 배웠다.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 걸 보니 마침 필요한 행위였던 걸까.

명상이 끝난 후 우울해진 건 왜일까.

요즘의 나는 대부분 따뜻하고, 행복하고, 충만했는데.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퍼석하고 구겨진 기억들과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리움과 체념이 공존하는 대상을 내려놓고 싶은 간절함.

현실세계 혹은 맨 정신이라 믿고 있는 이곳보다

무의식으로 들어갈수록 오늘은 기분이 어두워진다.

나는 그저 뚜껑만 덮은 채 행복을 외치고 있는 걸까.

혹은 내려놓기 위해 드러내고 마주하는 걸까.

‘꿈 - 현실 - 명상 중 무의식’

무엇이 진짜에 가까울까.

나는 오늘도 여러 세계와 의식을 오가고 있는 걸까.


7.3

영화 ‘인사이드아웃 2’를 봤다.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암묵적 의식과 좋은 기억들만 간직하려던 게

오히려 내면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덮어두고 모른 척하던 바로 그것들이 나를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게 함을 따뜻하게 알려주는 영화.


불과 얼마 전까지도 영화 속 ‘기쁨이’가 추구하는 방향에만 몰두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부정적인 것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오히려 슬픔과 우울을 더 키웠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간다.

각자의 감정과 생각 모두 적절히 섞이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진짜 ‘나’의 내면과 중심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대하고 있는가?

+ 애써 모른 척하거나 힘들어할 필요가 없을 기억을 괜히 무겁게 안고 있진 않는가?


7.4

좋은 문장에 대한 욕심보다 떠오르는 것들을 꾸준히 잘 쓰는 것에 마음을 조금 더 둘 수 있기를.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그것을 사랑할 수 있는 원동력과 술래잡기하듯 지낸다.

잡혔다 숨었다를 반복하며.


집중할 곳이 필요하다.

주어진 일과 하기로 한 것들 외에 흠뻑 빠져들 곳.


7.5

나는 너를 잊고 싶다.

좋은 기억들로 가득하지만 더 이상의 이유는 없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남아있는 기억과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옅어져 머지않아 가벼워지기를.

-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지 못하고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요가를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

끼니와 도파민 중독, 정착과 이동의 시기 등.


7.6

시간적 양이나 길이에 얽매이지 않기로 하다.


짧거나 적더라도 꾸준히 하고 있는 나의 습관들을 격려해 줘야지.


커다란 물병에 무조건 가득 물을 채우려 하지 않기를.

약간의 여유공간이 있어야 숨도 쉬고, 찰랑이며 움직일 수도 있기에.


7.7

신분증에 꼬박꼬박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듯 마음 또한 번지수가 있다면.

도로명 주소를 보고 마음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잘못 찾아가거나 외딴곳에 도착하더라도

바로 잡고 나아갈 마음의 주소가 있다면 그건 정말 큰 힘이 될 텐데.


돌아가고 싶거나 오랫동안 살고 싶은 곳이 없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되었다.

좋고 싫음을 떠나 무언가 답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흐름 속에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찾아 헤매고 있는 걸까.


이방인의 삶, 여행자의 삶을 선뜻 선택하고 싶지만

원동력과 물질적 구속에 제동을 거는 것도 결국 나였다.

여전히 되뇌는 말. “개의치 말자.”

섞이지 못하든, 뿌리내리지 못하든.


나는 나무를 사랑하지만 날아다니는 새에 가깝고,

섬을 사랑하지만 더 많은 육지와 바다가 아직도 궁금하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온도를 가진 사람인지 알아차리고 있으니

어쩌면 더 많이 쓸쓸할 수도 있으나 그것마저 귀한 기회이자 환경임을.

손발이, 마음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에 따라가 보는 날들.


7.8

당황스러운 일이 생겨서일까.

얼굴과 몸, 그리고 마음에 붉은 기운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욕망’과 ‘열정’을 따라가거나 집중하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느린 호흡과 동작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라는 요가 선생님의 말이 오늘따라 파르르 찔려온다.


그렇다.

나는 이 섬에 어떤 욕망이나 열정을 쏟아붓기 위해 온 건 아닐뿐더러

이전과 다른 생산활동과 삶의 방식을 발견하거나 제대로 맞는 옷을 입기 위해 불현듯 돌아온 것이다.

‘버는 행위’를 통해 당장의 현실을 해결하고자 하니

원래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부드러운 에너지가 옅어져 간다.

이건 마치 스스로 가져온 ‘노예병’ 혹은 ‘눈치병’의 결과다.

그리고 깨닫는다.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중요시해야 할지.


7.9

기어이 눈물이 터져 나온 날. 그리고 홀가분해진 날.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만 흘러가기엔 아직 나의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 가는 날이다.

어디로든, 어떻게든 흘러간다는 것을 매일같이 새기면서도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습성을 떼어놓기엔 아직인가 보다.

욕심을 더 내려놓아야 할 때.

애매한 것들에 신경 쓰느라 힘을 빼느니

의도했던, 궁금했던, 혹은 지금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부지런히 끌어당겨야겠다.


모든 것들에 순수하고 가벼운 시선을 던질 수 있기를.

나는 때때로 너무 복잡하거나 뜨끈하다가도, 너무 단순하거나 차가워진다.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써야 할 것 같다.

거짓스러운 적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드러낼 생각도 없던 날들의 혼합.


7.10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주사위를 여러 번 던져보는 중이다.

시도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시기.

언제나 그랬듯 일단 움직여보는 것들.

잡생각이 많아지거나 또다시 우울해져도 던질 수 있는 주사위는 여전히 내 손안에 고이 쥐어져 있다.


살아감에 있어 굳이 만들어내지 않아도 될 것을 만들어내다 제 풀에 지치려던 참이었다.

같은 감정을 반복하는 스스로에게 속상할 때도 있고,

내려놓기로 한 것을 다시 붙잡고서 혼란을 느낄 때도 있다.

매일 계좌 속 숫자를 확인하는 것도,

몇 안 되는 계산거리를 나열하는 것도 모두 힘이 빠지는 행위였다.


몸과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자.

채워질 것은 채워질 것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쉼표든 음표든 어찌 됐든 나의 음악으로 흘러갈 수 있는 악보를 만들자.


7.11

무언가를 하지 않기 위해,

혹은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위해 나는 여전히 어떠한 노력이나 품이 든다.

단순하고 가볍게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흡수하듯 배우고 싶은 마음.


7.12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랜만에 만난 쾌청한 하늘에 취해 불현듯 유턴 대신 직진을 한다.

오늘의 마음 상태처럼 신호도, 차들도 걸리는 게 없던 드라이브.

순간적으로 이대로 차에서 내려 신발과 옷을 벗어던지고 아무 길이나 뚜벅뚜벅 걷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마음 안에서 건네는 자유로운 느낌을 갑작스레 만난 기분.

떠올리는 것들이 그때그때 눈앞에 나타나

나의 눈과 귀, 배까지 채워주는 날들이 점점 많아진다.

나의 몸, 표정, 감정들, 지나온 시간들까지 좋아진다.

완전하거나 특출 난 건 없어도 후회되거나 미련 남는 게 없는 지금에 감사한 날들.


7.13

굶주리지 않고, 나름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몸과 마음의 날들이 대부분 건강하다는 것.

틀림이 아니라 다름에서 온 혼란을 이제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감싸 안을 수 있다는 것,

감정이 섬세하다 못해 지나치게 잘 울컥해도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진리를 꾸준히 전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그 덕에 나의 균형은 점차 아름답고 단단하게 형성되어 감을 지켜본다.

이 모든 것을 천천히, 하나씩 알아가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다행스럽다.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라.
당신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한 단어들로,
단순하게 시작하려고 노력하라.

- 나탈리 골드버그

7.14

동시성을 여러 번 겪고 나자 이번에는 연결성이 다가온다.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이 글에서 저 글로.

하나씩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치 투명한 매듭이라도 있는 것처럼.

길을 안내해 주는 것도 감사한데 흐름과 방법까지 하나씩 알려준다.

미루던 마음과 옅어져 가던 삶의 지향점을 다시 끌어오는 밤.

다시 미루더라도, 다시 옅어져 가도 마음속엔 늘 나의 지향점이 함께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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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과 글이 주는 에너지에 오랜만에 매료되었다.

이 작디작은 동네에 이런 장소가 생겼다는 건 오로지 누군가의 열정과

이런 곳이 필요한 사람들의 염원이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끝내주는 책과 그 속의 문장을 발견하고,

쓰고 싶은 것을 써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가만히 앉아 있어도 감동적일 수밖에.



7.15

단순한 삶을 살기 시작하자 오히려 뭘 먹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체력과 영양보충이 충분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과 세상엔 맛있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동시에 느끼며

오늘도 먹는 것에 집착하는 내 모습 발견.

나에게 필요한 모양새의 식습관을 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

여행 중엔 굳이 필요 없던 것들이 어딘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필요해진다.

그게 욕심인지 자연스러운 일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물건이 끊임없이 생긴다는 건

생각보다 반갑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걸까.


7.16

꿈을 너무 많이 꿨던 지난밤.


생동감 있는 꿈부터 현실보다 더 현실 같던 꿈까지.

여러 개의 꿈을 꾸는 동안 몸과 마음은 안식보다 움직이느라 바빴던 기분.

눈을 뜨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생활이 기다리는 것과는 대비되는 꿈들.

내면에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것에 대한,

혹은 한때 희망했던 것들의 잔재가 남아있는 모양이다.


7.17

여백이 많은 날들을 보낸다.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난다.

하는 행동은 거의 다섯 손가락으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단조롭다.

무언가를 먹는 것,

약간의 노동을 하는 것,

짧은 글을 쓰는 것,

하루 한 시간씩 요가 수련을 하는 것,

SNS나 책을 보는 것.


적어보니 정말로 딱 다섯 가지다.

괜찮은 걸까.

내 삶이 이토록 단조로울 수 있다는 것도,

이전보다 더 많이 조용할 수 있다는 것도,

불안해할 게 없다는 것도 신기하고 낯선 요즘.



7.18

에너지. 안내. 흐름. 성찰. 내면. 연결.

에너지를 뺏는 게 아닌,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연결의 비밀은 주는 데 있다.
나의 에너지와 사랑은 나를 먼저 채우고 다른 사람에게로 흘러 나가니까.
내면의 안내자를 향하여. 어디에서든지 모두가 서로를 돕고 있음을.

눈을 크게 뜨면 항상 어떤 일이 일어날 거야.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여 더 높은 나를 자각하는 것.
내면의 직관력, 긍정적인 판단, 동시발생의 흐름.

What’s next?

- 영화 ‘천상의 예언’ 중

가장 가까운 곳에 나의 안내자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감사히 여기며 다음으로 나아갈 마음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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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자연은 매일 마주해도 신기하다.

좀 전까지 사방을 강타하던 천둥번개와 빗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떠나가고 고요함만 세상에 남았다.

틈만 나면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나에게 자연이 주는 매력은 끝이 없다.

완전한 자연인이 되긴 어려워도

지금처럼 바다와 숲 가까이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늘 행복하고 소중하다.

변화와 순환을 온몸으로 바라보며 내 안에서도 자연스러운 것들이 함께 하기를.


7.20

전과 다르게 시공간적 여유는 너무나 많아졌고,

떠오르는 것들은 단순하면서도 묵직하다.

그러면 안 될 것만 같았던 모습들,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어느새 나에게 다가와 친한 척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루종일 침대 위에서 게으름을 부린다거나,

쓰기로 한 글을 미룬다거나, 핸드폰만 본다거나.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내버려 두는 날이 이어질수록 생각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일시정지.


무엇을 떠올리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삶의 곳곳엔 안내와 힌트, 그리고 나아갈 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는다.

-

‘잘 지낸다’라는 주고받는 말에 깊은 진심이 담겨있기를 바라는 마음.


7.21

‘나이’.

지나간 시간을 탓할 것도, 비교할 것도 없이 흘러가는 숫자의 변동일뿐.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들은 대부분 아름답다.


단골손님 중 몇몇 분들이 입버릇처럼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고, 나이를 한탄한다.

아마 우리는 각자의 때와 시절에 할 수 있는 만큼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늙어간다’라는 말보다 ‘흘러간다, 성숙해져 간다, 나아간다, 변해간다’라는 말들이

먼저 떠오르다 보면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그저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어떤 흐름 속에 내가 놓여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뒤늦게 알아차리고 나서야 지금 당장의 순간에 조금 더 정성스러워진다.


7.22

온기.


취기가 살짝 오를 때면 매번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고향도, 본가도, 나의 자취방도 아니라는 게 스스로를 더 슬프게 한다.

가고 싶은데 가고자 하는 곳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매 순간 모든 발걸음을 스스로 선택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오고 가는 온기가 미처 쌓이기도 전에 길을 떠나는 나의 여정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 같다.


7.23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여서 가능한 것들을 만끽하기를.

공허함과 외로움이 조금씩 함께 하겠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얻고 있기에 기꺼이 마주한다.

교류와 독립 두 가지 모두를 조화롭게 활용하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


계절의 시간을 감지하고, 밤하늘의 달을 선명하게 쳐다볼 수 있고,

바닷바람과 숲의 기운을 감사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때때로 느끼는 허전함은 외로움이라기보다

넓어진 틈새로 신선한 공기가 드나들고 있어서임을,

천천히 그 틈새에 온전한 여유를 불어넣고 있어서임을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가는 것,

주어지는 것들을 잘 바라보기 위해 고요히 보내는 시간들.


7.24

+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것을

평온하고 단순한 것들로 채울 수 있기를.

창밖을 보며 오늘의 날씨를 직접 바라보고 느낄 수 있기를.

+

미세하지만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며 조금 더 기다려 주기를.


7.25

어떤 날엔 숲길을, 또 다른 어떤 날엔 바다를 갈 수 있는 이 섬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큼

나를 숨 쉬게 하는 건 없었다.


이곳에서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올해 여름을 충만하고 평온하게 보내는 게 유일한 계획.


7.26

이렇게 아무도 없는 길인데

이렇게 안전한 기분이 들 수 있구나.


외딴곳, 낯선 곳이 외로움을 주는 게 아니라

버벅거리는 과정에서 느끼던 외로움이었구나.


고요하고 조용해.

아무렇지 않게 평온함이 다가와 내 옆에 서있어.


하늘에는 흐려도 별들이 반짝이고 있어.

쏟아지고 멈추기를 반복하는 빗방울은 오늘따라 친근해.


가만히 나를 바라보니 참으로 무탈해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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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좋은 기회가 생겨 중학생 기자단을 만나게 됐다.

처음 본 나에게 거리낌 없이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거나,

상충하는 의견들도 가감 없이 주고받는다.

정제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떠올려본 나의 중학생 시절.

확실히 지금보다 불평불만이 많았고, 생각과 감정도 꽤 많이 드러냈다.

숨길 줄을 몰랐으니까. 그걸 받아주는 어른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거였다.

이제는 그런 어른의 위치에 어물쩡하게 앉게 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최대한 내버려 두는 것 같다.

안 되는 것과 잘못됐다는 것이 유난히 많은 사회에서 그들이 떠올리는 모든 것들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소중한 씨앗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날.


7.28

신경 쓰지 않다가도 이따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 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더 떠돌고 싶고, 어떤 공간을 준비하고 싶고,

작업실이 생긴다면 여태껏 해보지 않은 것들을 찾아 생산해보고 싶다.

내버려 두고 비워내면 무언가 또 일어나는 게 삶이라는데.

이렇게 가만히 지내는 게 괜찮은 것 같다가도 허투루 쓰는 건 아닐지 불안해질 때가 있다.

괜찮다는 걸 직접 느끼고 있으면서도.


7.29

숨이 갑자기 막혀오던 아침.

급하게 바다를 보러 뛰쳐나갔다.

우려낸 차를 마시며 호흡한다.

자주 심호흡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무엇이 오늘의 나에게 파동을 준 걸까.

이건 불안일까 공황일까.

지속성과 정착에 대해 답 없을 고민을 하지만

도무지 그것은 나의 단어들이 아닌 것 같아 막연함만 더 짙어진다.

흘러가는 대로 잘 지내고 있건만.

떠오르는 것들을 지금처럼 적어내고, 정리하며, 다듬어야 한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다.


7.30

한 여름.


울창한 나무 아래, 맹렬한 매미소리,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고요함.

꽤 많은 것을 누리는구나 싶은 요즘.

그럼에도 마음 한편엔 생활비에 대한 고민.

매번 더 싼 물건을, 더 싼 끼니를 찾는 게 습관이 되어간다.

더운 공기는 흘려보내고 밀려오는 시원한 파도를 맞이하며

누리는 것에 대한 에너지를 더 크게 흡수하기로 한다.


7.31

숨기거나 거짓말할 수 없는 몸이 마음보다 더 솔직한 셈이다.

트러블이 나거나, 붓거나, 잠이 쏟아진다거나.

‘나 컨디션에 변화가 있어!’라고 티를 내는 몸 덕분에 둔한 나는 스스로를 그나마 챙길 수 있는 눈치가 생겼다.

마음도 예전보다 잘 챙기고 있지만 워낙 드러나지 않으려는데다

이리저리 섞여 있어 훨씬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넉넉한 고요함과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미지근한 온도로, 좋아하는 곳에서, 천천히 살아가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기를.


평소엔 조용하던 우울이 어디선가 한 번씩 나타날 때면 또 나타난 게 신기하면서도

어딘가에 꽁꽁 숨어 나올 타이밍을 보고 있었던가 싶다.

스리슬쩍 지나갈 우울이길 바랄 뿐.

혹은 이왕이면 밖으로 나온 김에 멀어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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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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