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림의 매력

#19

by 강흐름

비가 온다.
꽤 많이 오는 걸 보니 제주도의 장마가 시작되기라도 하려는 걸까.
여전히 테라스에 서면 바다와 빨간 등대, 저 멀리 산방산까지 보이는 이곳.
활짝 열린 카페 문 밖에서, 그리고 고요한 화장실 천장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들이 마치 우유에 에스프레소가 섞이듯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어둑어둑하고, 축축하고,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한 이 순간이 더없이 좋다. (너무 음침한가?)

눈을 떠서 물 한 잔을 마시고 언니와 일상적 얘기를 몇 마디 나누고,

소녀가 유치원까지 가고 나면 또다시 시작되는 평화로운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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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하다 보니 쓸데없는 생각이 잠시 스쳐간다.

돌아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돌아가면 내 자리가 있긴 할까.
돌아갈 마음이 있긴 한 걸까.


하루 종일 흐릴 테니 오늘은 슬픈 영화를 한 편 보면서 울어버리기에도, 감상에 푹 젖어 허우적대기에도 딱 좋다.
커피도 두 잔까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 비 오는 날, 언니가 직접 만들어준 따뜻한 에그타르트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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