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곳에
아무렇게 앉아
아무렇게 나를 내버려둔다.
마구잡이로 부는 바람 덕에 눈 앞을, 아니 얼굴 전체를 가려버리는 머리카락들까지.
나도 내 맘대로 이곳에 왔으니 너희도 너희 맘대로 펄럭여봐라는 생각에 앞이 보이지 않아도 한참을 내버려뒀다.
양말을 신지 않아도
바람에 머리가 산발이 되어도
낡은 벤치에 널브러져 있어도,
양말을 신고
머리는 늘 단정했고
비싸고 편하다는 의자에 앉아있었을 때 보다 훨씬 더 살아있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