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로 자를 땐 좋다고 잘랐었는데.
어느새 거지존에 이르러 내 말을 듣지 않는 머리카락에게 괜히 속상했다.
어느 날 애정하는 언니가 운영하는 카페에 놀러 갔을 때였다.
평소에 좋아하던 자리에 앉아 내 머리는 왜 이렇게 자라지 않는 거냐며 징징댔더니 옆에 앉아있던 일곱 살 꼬마 아이가 정말 무심히 한 마디를 던진다.
"언니, 걱정 마. 잘 자라고 있어."
나름 여유롭게,
나름 천천히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건만
칠 년의 인생을 산 이 아이 눈에는 여전히
성급한 어른일 뿐이었다.
늘 배울게 많은 이 아이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라고 있다.
키만 자라는 게 아닌, 마음이 더 쑥쑥 자라고 있는 듯하다.
가끔 함께 잘 때면 언제 어른스러웠냐는 듯 햇빛에 그을린 고사리손으로 내 엄지손가락을 꼭 붙잡고 잔다. 그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워 잠 못 이룰 정도다.
얼마 전엔 아이에게 네발 자전거가 생겼다.
선뜻 자신의 애마를 빌려주는 아이가 기특하고 고마워 더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의외로 유아용 자전거가 내 큰 몸뚱이를 잘 버텨주어 놀랍다.
그냥.
나와 이 아이, 그리고 언니도.
지금처럼만 소소하게,
큰 것보다 작은 것에 더 깊은 행복을 느끼며 흘러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