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5일 차 이야기
어제는 이런 하루...
오늘은 이런 메시지 때문에 아침부터 눈물이 핑.
나야말로 이런 병에 걸려버려서 미안할 뿐인데 정말 엄마의 바다는 끝도 없다.
오늘은 이시가키에서 오키나와 본섬으로 다시 이동하는 날.
카메라고 나발이고 죄다 배낭과 캐리어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나서, 미러리스 카메라는 꺼내지도 않았다.
오늘은 좀 자유롭고 싶은 그런 하루.
자, 이제 본섬으로 다시 간다.
중부지방으로 이동.
우리의 숙소는 기노완-우라소에 사이다.
어쩐지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 BGM이 들려오는 뷰
오키나와는 3년 전, 함께 영화제에서 일하던 동생들과 잠깐 방문했던 섬이다.
막냇동생의 생일날, 다른 친구와 함께 서프라이즈 선물로 오키나와행 티켓을 선물했는데 그때는 다들 각자 일을 할 때여서 금요일 하루 반차를 내고 단 2박 3일. 실질적으로 1박 2일이었던 여행이었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오로지 이 곳, 미나토가와 스테이트 사이드 타운이다.
동생들과 진짜 맛있게 타코 라이스와 오키나와 케이크를 먹었던 카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가 결국 히비스커스 씨앗 봉투를 샀던 빈티지 샵 '아메리칸 웨이브',
당시엔 문을 닫아서 먹어보지 못해 아쉬웠던 빵집, 이페코페ippecoppe
못 보던 가게도 생겼고
여전한 빛깔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곳들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까눌레 드 오키나와, 4개 들이 세트를 사들였다.
이토록 많은 샵을 다닐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무거운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다니지 않아 생긴 여유 체력..?
카메라가 없어도 이렇게 즐거운 하루를 기록할 수 있다고요.
종일 동안 빛이 굉장한 하루였다.
자칭 타칭 날씨 요정, 아니 요정 수준을 넘어선 날씨 여왕 혜영 씨 덕택인가..
혜영씨만 뜨면 내리는 비는 그치고, 눈을 보고 싶으면 쌓여있고, 떠나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나, 뭐라나.
(오늘 목격해서 놀랐다.. 비행기 타자마자 갑자기 비가 쏟아짐)
아아, 이 얼마나 가벼운 차림인가.
너무너무 행복했다.
기록하기 위한 여행을 경계하는 편이었는데 오늘에서야 느꼈다.
나는 요 며칠간 기록하기 위한 여행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음을.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기대하는 곳이었다.
내일 남편이 연차를 이용해 오키나와 여행에 잠깐 합류하기로 했는데, 결국 이 곳이 마음에 든 혜영씨는 사위와 함께 다시 오기를 희망했다. 이페코페 빵이 맛있어서, 코코로아 타코 라이스가 기대돼서가 아니다.
돌아가는 길에 짐도 없겠다, 거의 일주일 동안 한 집에서 머무르니 장을 보기로 했다.
패키지에 이끌려서 물건 사는 사람 나야 나
그냥, 정말 동네 풍경.
코방이 너무 귀여워서 위압감이 없었다.
이토록 간편하고 홀가분한 하루라니.
사실 초반에 너무 무리한 것도 사실이고, 이시가키에서의 더위와 습도에 압도당해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는 어쨌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니까 돌아가서 푹 쉬고 내일부터 다시 즐기자!라고 혜영씨가 제안했었지만, 어쩐지 딸이 된 마음으로 뭔가를 기대하고 있지 않지만, 만족시켜줘야 하는 그런 엄마와의 여행에서 겨우 5일 만에 아무것도 안 하고 숙소에만 쪼그려있기엔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았던 거지.
짐이라도 줄이자, 라는 마음으로 일단 남편이 부탁한 미러리스 카메라는 미안하지만 숙소에 버려버리고 내 필름 카메라와 엄마의 카메라, 지갑, 핸드폰만 들고 오후를 지내보자고 제안했다.
혜영 씨는 수락했고, 우리는 삼각대를 세워두고 우리 둘의 사진을 함께 찍거나 영상으로 기록하지 않음에 더 자유롭고 더 순수하게 즐겼음을 알아냈다.
물론, 모녀 여행에 아이쇼핑이 빠지면 안 될 일이기에 여러 샵을 돌아다닌 덕이 아예 없지는 않음, 도 시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