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OMMYRECORD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기록 Apr 27. 2019

그가 왔다.

마미 마이 아일랜드 : 6일 차 이야기


영화 YOUTH의 주제곡이 생각난다.

오늘은 종일 날이 흐렸다.

6시에 눈을 떴지만 10시까지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근처(?)에 메가 돈키호테가 있음을 발견하곤

위장약을 사겠다며 엄마와 함께 트윈룩을 입고 집을 나섰다.

사진 열정이 대단한 혜영씨다. 하루에 필름 두 롤씩 돌파하고 계신다.. (북부에서 어쩌시려고..)

아주 평범한 자판기마저 귀여워 보이는 이유는 오늘 내 남편이 오키나와에 오기 때문이려나..

거의 스냅 작가 수준

그가 왔다.

내 남편, 내 사랑, 내 친구, 내 선배..!!

부탁한 내 가방을 가지고(팀도 함께) 오키나와에 무사히 착륙.

나의 가족들이 만났다..!!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을 해치우고 중부에서 제일 짧은 시간에 기분을 낼만한 아메리칸 빌리지로 향했다.

날이 갈수록 노후화되는 이곳은 어쩐지 사람들에게 빈티지의 짙은 향을 주는 것 같다.

남편이 찍어준 혜영씨와 나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연차를 붙여서 5일 동안 이 여정에 함께 할 터이다.

이렇게 스냅사진처럼 찍기 있기, 없기?

카메라가 임자 만났다. 너의 주인을 따라 훨훨 날아가렴..

이런 걸 찍고 있으면
이렇게 찍어버리기
그러면 나도 지지 않고 핸드폰으로 찍어두기

석양을 보러 가기 전 출출함을 달래려 오키나와 대표 음식 블루씰로 향했다.

오키나와 솔트 쿠키 맛과 류큐 로얄 밀크티 맛의 더블컵 조합.

(앞서 아이스크림 크레페도 먹었지만 사진은 남기지 않았다.)

@sunset beach

블루씰에서 나와 3분 정도 걸으면 선셋비치가 나타난다.

어느 가족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선셋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남편이 오기 전까지는 꽤나 청명했는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하루 종일 먹구름..

엄마는 "그래도 해가 쨍쨍해서 걷기도 힘들고 지치는 것도 아니고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딱 좋다"고 긍정대여왕 멘트를 날리셨다.

그냥 딱 좋은 날씨의 선셋

남편은 우리를 만나자마자 카메라와 삼각대를 낚아채고 열심히 촬영에 힘을 썼다.

촬영하려고 출장 오신 거 아니잖아요, PD님..?

참고로 남편은 취미로 여행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간단하고 가성비 좋지만 1만 엔 정도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스테이크 하우스인데 랍스터가 제일 맛있다는 후문..

이미 밤은 깊어서 9시를 향해가고,

멈출 줄 모르는 그의 촬영 열정은 열기를 더해갔다.

여기에서 만나니 퍽 반가웠고, 또 다른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 울컥했다.

그러나 남편과 엄마, 엄마와 남편 사이의 어중간한 나의 위치가 어디서부터 누구를 먼저 챙기고 돌봐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를 않아 내일부터 또 걱정이다. 장모님과 사위가 함께하는 여행은 오롯이 딸의 역할이 중요한 거... 맞지? 심지어 어제 공항에서 수령했어야 하는 츄라우미 수족관 티켓 3장을 날려먹어 버린 나는 죄인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렌터카는 1일부터 사용할 수 있고, 택시비는 비싼데 위치가 애매해서 어딜 가든 택시를 잡아야 한다. 남편은 뭔가 영상을 찍고 싶어 하고(이시가키를 엄청 부러워했다) 엄마는 자꾸 자신은 내버려두고 남편이랑 둘이 가서 놀라고 한다.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시원하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진작 나는 일정이나 동선을 짜두지 않았을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가다 또 한편으로는 그냥 쉬러 온 건데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쓸 일인가, 싶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만 싶다. 본섬으로 넘어온 후부터는 도시의 소음 때문인지 불빛 때문인지 아무 생각이 없는 기계적인 상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