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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기록 Apr 28. 2019

모두들 원하던 어른이 됐나요?

마미 마이 아일랜드 : 7일 차 이야기

우연히 길에서 만난 꼬마 요정들

어딜 가나 옛날 얘깃거리 투성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게 있다. 길을 걷다 더듬더듬 눈에 익숙한 한문을 읽으면 엄마에게 굳이 소리 내어 말하곤 하는데, 엄마는 그럴 때마다 "너 어렸을 때 한글 배우고 있는 중에는 간판을 읽고~"하며 과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 모든 한글과 숫자를 다 떼었다고 한다는데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60이 다 되어가는 엄마가 "난 또 우리 애들이 영재인 줄 알았지 뭐야~"라는데 토를 달 수 없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가 생각나는 놀이터

2016년 개봉한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떠올렸다.

'원하던 어른이 됐나요?'라는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성인들이 얼마나 될까.

엄마와 나, 남편 우리 셋 모두 자신이 원하던 어른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나의 경우엔 단 한 번도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영화에서 료타는 말한다.

'그렇게 쉽게 원하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어른이 된다.

꿋꿋하게 인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되고 싶은 어른'은 못되더라도 '어른'답게 성장하는 길이다.

성숙한 어른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미성숙한 나는 행운을 찾았다.

별모래 해변에서 별모래를 찾아 나에게 선물해준 혜영씨에게 나도 행운을 선물해줄 수 있게 되어 그저 기뻤다.

남편과 숙소가 달라서 아침저녁으로 헤어짐..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는 기분

우리 부부는 원하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더 정진하기로 했습니다..

상준, 지연, 혜영
혜영씨가 열심히 찍어준 우리 부부의 사진

그리고 어른 셋은 오늘 삼만보를 걸었다.

삼각대와 카메라를 이고 지고 우리를 기록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가게 문이 열기도 전에 걷고 또 걸었다.

사위가 열심히 찍어준 모녀의 사진

그리하여, 오늘도 고우신 나의 혜영씨

유독 더 소녀답다.

사위가 와서 기분이 좋은 장모님, 혜영씨.

오늘은 남편과 함께 미나토가와 스테이트 타운을 갔다.

미군들이 철수하면서 그들이 살던 주택을 개조하여  카페나 편집샵 같은 여러 샵들로 만들어놓은 멀티 타운이다.

빈티지한 주택구조와 인테리어로 예전부터 유명했지만, 뉴트로 열풍을 타고 요즘 더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러 맞춰 입은 레트로풍 시밀러 룩

모녀 어른들은 쇼핑할 때 기운이 납니다...

원하던 어른은 못되었지만, 원하는 가방을 보았을 때 살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하는 엄마와 딸, 남편과 이 섬에 머무를 수 있는 어른이 됐다는 것도 행복한 점이고요.

언젠가, 여행에서의 하룻밤은 1년의 인연과도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위와 장모님은 나로 인해 서로 이제야 1년을 아는 사이지만, 이 여행을 통해 아마 5-6년쯤의 인연이 될 것이다.

사실 이 섬에서 우리는 엄마, 딸, 남편, 아내, 장모, 사위가 아닌 그저 각자의 이름 그대로의 한 사람으로 지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여행에서 우리는 서로서로 어떤 어른이 되기를 원했는지, 자신들의 어렸을 때의 고민이나 습관에 대해서, 무언가를 보고 난 후의 그 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와 같은 장벽 없이 여행자들이 나눌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 모두 원하던 어른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생은 계속해서 노력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야겠지.

그게 모두의 인생이니까.

그런 어른들이 모여 내일도 일정을 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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