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10일 차 이야기
오늘부터 렌터카를 빌려 다니기 시작한다.
그래 봤자 북부에서 일주일, 남부에서 일주일 동안 머무르는 숙소까지 왔다 갔다, 그 숙소 근처를 왔다 갔다 할 뿐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골든위크를 포함한 2주일가량을 오키나와의 도로 위에서 난생처음 좌측통행 운전을 하게 되었다.
처음 차를 받아 고속도로에 진입하기까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유일한 기억이라면 한국에서 무사고 10년 이상 경력의 혜영씨가 한국 운전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좌회전을 하면서 역주행 할 뻔해서 사고 날 뻔 한거..? 옆에서 심장이 얼마나 떨렸는지 정말이지 차라리 내가 하겠다고 큰소리를 냈다. 1시간 20분 거리를 2시간 걸려 북부의 숙소에 도착하니 수명이 3년쯤 줄어든 기분이었다.
혜영씨는 조수석에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잔뜩 긴장한 나에게 “너 아빠가 한 말 때문에 그러지? 뒤에서 차가 바짝 쫓아오면 그거 신경 쓰느라? 신경 쓰지 마. 뒤에서 답답하면 알아서 앞질러서 가니까. 우리는 우리 소신대로 가면 되는 거야”라고. 난 왜 그 말에서 ‘인생’이 들렸을까. 그렇다. 도로 위에서의 운전은 참으로 인생 같았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휴게소에서 잠시 쉴 수도 있고(실제로 일본 내비게이션에서는 “주행하신 지 2시간이 넘었습니다. 휴식을 취하십시오”라고 안내해주더라) 쉬지 않고 내 목적지까지 쭉 달릴 수 있다. 천천히 주행하며 주변을 볼 수도 있고, 여유가 없으면 옆의 풍광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볼 틈이 없다. 어설픈 우리 운전실력과 비슷한 앞 차를 만나 “오, 우리 스타일이야. 왠지 우리랑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아. 저 차랑 같이 가자”라고 했지만, 어느 순간 그 차는 좌회전을 하고 빠져나가 우리와 헤어졌고, 다신 그런 동료 차량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또 자연스럽게 비슷한 수준의 차량을 만나 안정감을 느끼고 오랜 시간 함께 운전했다. 예상치 못하게 터널을 만나고 얼마 안 가서 빠져나가겠지,라고 생각해도 웃기게도 엄청나게 긴 터널이기도 하고 그러다 이 터널 끝은 있는 거야?라는 마음이 들 때쯤 저 멀리 광명이 비친다.
2시간 동안 우리를 추월해나간 차는 100대는 충분히 넘었을 것이다. 엄마의 말이 맞다. 나는 아빠에게 운전을 배운 것은 아니지만, 아빠가 조수석에서 앉아 있을 때 운전을 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아빠는 “뒤에 차가 붙으면 빨리빨리 가란 말이야. 얼마나 뒤차가 답답하겠어? 도로의 흐름을 보면서 녹아들라고. 네가 혼자 답답하게 느리게 가면 도로 전체에 민폐야”라고 조언(?)을 하셨다. 나는 그러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실력도 안되면서 어찌어찌 그 흐름에 맞춰 속도를 내었다가 차선도 바꾸었다가 정신없이 기빨리게 운전을 해왔다.
사실 오키나와에서의 운전은 그다지 어려운 편이 아니다. 고속도로에서도 최고 속도는 80이고 보통은 시속 40에 맞춰야 한다. 과속을 하는 차량은 꽤 있지만, 그래도 교통법규를 따라 운전을 한다면 천천히 여유 있게 운전을 해도 되는 곳. 뒤에서 클락션을 울리는 차량은 한 대도 없고, 엄마의 말대로 우리 소신대로 운전을 한다면 알아서 우리를 추월해나간다. 그 차량을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추월차선에서 천천히 달리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민폐가 아니야. 아무튼 오키나와에서의 렌트, 걱정하지 마세요.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며, 내 속도에 맞춰 나의 소신대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렌터카 업체에게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요구했다. 직원은 걱정하지 말라며 스티커를 가져와 차의 엉덩이에 붙이고 “자, 출발해도 됩니다!” 경쾌하게 외쳤다. 도착해서 보니 스티커에는 <외국인이 타고 있어요>라고 쓰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