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11일 차 이야기
우리 혜영씨는,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먼저 물어오는 법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이 때부터는 거의 그랬다. 오히려 내가 먼저 조잘조잘 말을 하는 편이었고,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더라도 내 의지로 먼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주는 편이었다.
그런 혜영씨가, 그러니까 그런 엄마가 거의 평생,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먼저 질문을 던졌다.
"네 생각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그렇다. 이 질문에서의 '원인'은 나의 '우울증'이다. 참 우습게도 사회 공포증이 더해진 '중증 우울증'
처음으로 받은 엄마의 질문이라 시원하게 대답해주고 싶은데, 웅얼웅얼 우물쭈물 우왕좌왕 나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다가 툭툭 눈물이 떨어트리며 결국엔 펑펑 울어버렸다. "많이 힘들었겠다. 기특하네. 그렇게 힘든데 이렇게 멀리까지 와주고"라는 따스한 엄마의 토닥임에.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저 질문이 나에게 너무나도 잔혹하다. 마치 '네가 무슨 불만이 있어서 그래?'와 같이 들린다고나 할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뱉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걱정'인걸 알면서도. 글쎄,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큰 걱정이 없는 부모님에, 하나뿐인 오빠도 결혼을 하고 잘 살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남편이 내 곁에 있다. 나를 아껴주는 친구들도 분명히 많다. 대기업은 아니었어도 더 이상 야근에 과로하지 않는 편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직장상사들 중에는 못된 악마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며 나를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사람도, 환경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나 무거운 우울증을 앓다니.
그리고 역시 나의 예상대로 우리 엄마는 "네가 이렇게 되리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너에 대해 걱정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병에 걸렸다니 내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고 마치 내가 엄마 자격도 없는 죄인이 된 느낌이다"라고 했다. (엄마, 그 말을 듣는 나는 더 대역죄인이 된 기분이랍니다..)
원인은 나도, 의사 선생님도 함께 찾고 있다. 현재 약물에만 의존하며 화학작용으로 기분을 조절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것을 해결해야 더 이상 나도 약에 의지하지 않고 잘 살아갈 것 같으니까.
오로지 시사들만이 우리 이야기를 들었다.
액을 쫓아내 준다고 했지.
이곳 지붕 위에 다 뱉어내고 갑니다.
내가 생각한 '원인'을. 그리고 엄마의 물음과 나의 울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