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12일 차 이야기
각오한 일이었지만 엄마와의 첫 여행은 쉽지 않았다. 계획대로 차질 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감, 식사 메뉴부터 잠자리까지 엄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내내 계속됐다. 슬프게도 상황은 내 편이 아니었다. (...) 어째서 잘해보려는 마음은 늘 상황을 그르치는 것일까. (...) 안락한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길을 헤매고, 형편없는 식사를 대접한 어제오늘이 마치 무엇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요즘의 나인 것만 같아서. 나는 엄마 앞에서 제대로 해내 보이고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지. <빼기의 여행> 송은정
여행 여행에 동참한 책 세 권이 있다.
엄마가 선택한 <고현정이 여행, 여행> 내가 선택한 <빼기의 여행>, <여행의 이유> 이렇게다.
그중 송은정 작가의 <빼기의 여행>에는 이렇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장이 나온다.
그렇다. 나에게 엄마와의 여행은 저 문장 그대로다.
사실 이 여정의 출발은 나의 치유를 위한 목적이 컸는데, 막상 뛰어들고 보니 나는 계속해서 엄마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여기에 가면 좋아하시나? 만족하고 있는 걸까? 무슨 생각 중이지? 계속해서 혜영씨의 반응을 살피고 그래도 긍정적인 사인이 발견되면 그제야 나도 안심하고 현장을 즐길 수 있다.
이유랄 건 간단하다. 저 마지막 문장이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엄마 앞에서 제대로 해내 보이고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지.
오늘의 하루는 어땠냐 하면, 혜영씨의 표현 그대로를 옮겨 '힐링의 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시원한 바람을 가로지르며 코우리 대교를 건너 예쁜 통영의 어느 한 마을 같은 섬에서 한 바퀴 산책도 하고,
이런 곳에 밥집이 있단 말이야? 싶을 정도의 산속에 들어가 숲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떠나기가 아쉬워 또 카페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초록을 만끽하다가,
바다를 바라보며 디저트를 먹으러 왔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해변에 오래 있었던 적은 처음이야"라고 말해주어서 얼마나 내가 신이 났는지 아마 모를 거야.
괜히 신난 마음에 여기 앉아봐, 저기로 가봐하며 이렇게 저렇게 찍은 사진들
갈수록 날씨가 좋아져서 더욱 만족스러웠던 오늘 하루의 혜영씨.
원하는 산호들도 많이 수집하고 바다에서 숲으로, 또 숲에서 바다를 보며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선물 같은 오늘 하루. 당신이 행복했으면 나도 그걸로 됐어,라고 말할 수 있는 모녀 사이.
풍경으로 인한 치유보다 당신의 웃음으로 나는 오늘 치유가 됐어요.
어느새 여행의 반절이 지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