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13일 차 이야기
어느새 이 여정의 반절이 흘렀다.
사실 몸으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일기를 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만큼이나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간 시간의 흐름을 즐겼다기보다는 그저 어쩌다 보니 하루하루의 시곗바늘을 쫓아 달려온 기분이다.
오늘은 여기, 저기. 내일은 이거, 저거. 한국에서 짜오지 않은 일정 때문에 오히려 이곳에서 더 정신없이 전날 밤마다 다음날 할 일을 정해두는 열흘을 보냈다.
그 어느 곳 못지않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에서 나 혼자, 아니 우리 둘은 너무 바삐 움직여왔다.
이제야 집으로의 귀가시간이 빨라지고 오후에는 내내 낮잠을 자거나 거실에서 뒹굴고 테라스에서 노을을 보며 음악을 듣는 여유를 즐기고 있다.
여행의 절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야.
몰래 훔쳐본 엄마의 수첩에는 이런 글이 쓰여있었다.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거짓말 같은 바다를 보며 우리 딸아이가 복잡하고 힘든 생각 모조리 저기에 풀어헤치고 섞여서 저토록 아름다운 빛으로 마음에 안정이 그대로 머물길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