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14일 차 이야기
엄마, 어느덧 우리 여행의 절반이 지났어. 어땠어?
"음.. 여행이다, 라는 생각 없이 그저 네 옆에 있어주고 싶어서 왔는데 매일매일 내가 너보다 더 즐겁고 행복해하고 있어서 미안한 생각이 들어. 너는 엄마 신경 쓰느라고 힘들지? 맘대로 안되고."
응? 아냐. 나는 엄마가 행복하면 그게 내가 좋은 거야
"아냐, 역시 여행은 나보다는 남편이나 친구들하고 오는 게 너한테 편안하고 신경 쓸 것 없이 좋은 것 같아"
아닌데. 나는 진짜 엄마랑 와서 편하고 좋은데!
"그래? 그럼 다행이고. 너는 여행 오면 어떠니? 한국에 두고 온 것들이 생각나?"
한국에 두고 온 거? 그게 뭐야?
"남편이라던가, 한국에서 해결하지 못한 걱정이라던가"
아.. 나는... 일단 여행 나오면 다 잊는 것 같은데. 그냥 지금 내 앞에 있는 현실을 즐기는 것 같아.. 조금 한심한가? 뭔가 한국에서 가져온 숙제를 해야 하는 건가?
"아냐, 나두 그래. 잘했다. 가끔 엄마 친구들 보면 어디를 갈 때마다 자식이든 남편한테 연락하고 사진 보내고 밥 한술을 뜨더라도 계속 한국 얘기를 하던데 나는 안 그렇거든. 내가 이상한가 했어. 너도 그러는구나? 잘하네. 한국에서의 일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여기에 다 흘려버려"
응! 근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또 그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땐 어쩌지?
"그땐 그때 일이야. 지금 여기까지 와서 그걸 끌고 올 필요가 하나 없어"
응. 맞아. 근데 나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보고 그러면 남편이나 가족, 친구들 생각나는데.
"야, 생각은 나두 해. 연락을 안해서 그렇지. 근데 너네 아빠도 그래"
맞아, 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잖아. 그냥 우리 가족들이 다 그런 것 같은데
"모두가 이러니까 얼마나 편하냐. 가족은 가족이야"
응, 가족은 가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