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19일 차 이야기
바다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금 새롭게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여태껏 나는 저 멀리 수평선 너머보다 찰랑이는 해변가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얀 거품을 내면 발이 간지럽고 부드러운 바다와 지면의 가까운 부분. 다른 여행지들에서 바다를 걸을 때면 그것만 보면서 걷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오키나와라는 섬에 오래 있다 보니, 바다를 보는 나의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 나는 내 발 끝과 밀려오는 파도가 아닌 수평선 너머를 주목한다. 이 바다의 끝, 또 다른 섬. 그것들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움을 이제는 안다. 새소리와 파도소리에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어보면 저 바다 끝 섬들과 구름과 안개가 섞여 넘실대는 게 보이는데 그럴 때면 저 먼 곳에 있는 다른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은 내내 비가 와서 우리도 종일 비를 들었다. 빗소리에 비와 관한 노래들.
섬, 바다. 섬의 노을, 섬의 수평선을 보며 나는 어쩐지 한 뼘쯤은, 아니 적어도 손가락 한마디 정도는 자란 느낌이다. 분명히.
살면서 이것만은 꼭 잊지 말자. 내 발끝을 간지럽히는, 혹시 여기까지 파도가 밀려오지는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코앞의 바다만 볼 게 아니라 저 멀리, 섬과 섬 사이를 보자. 바다가 품고 있는 풍경을, 세상을, 세계를 보자. 발가락, 발등, 발목, 종아리까지 바닷물이 닿아도 상관없다. 씻으면 그만이거나, 말리면 그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