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을 찬 인어공주

나는 왜 매일 물속으로 들어가는가

by 몸을 쓰는 철학가

마음이 울적한 날, 나는 수영을 한다.

눈물이 가슴속에서 멈추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가슴 가득 찬 눈물에 질식할 것 같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물에 빠져 죽을 것 같다면

차라리 그 물에서 수영을 해보자고.


그렇게 자유형을 시작으로 하나씩 새로운 영법을 배워 왔다.


가냘프고 힘없는 두 다리로 뭍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인어의 심정이 되어 매일 차가운 새벽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장 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벽에 숱하게 머리를 박으며 스스로 수영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지나니

구조 신호에 가까운 허우적댐에서 조금씩 형태를 갖춘 영법으로 천천히 발전하는 중이다.


동화 속 주인공과 달리

마녀와 바꿀 아름다운 목소리가 없는 나는 아름다운 꼬리 대신 오리발을 달고

오늘도 수영을 하고 있다.


그렇게 물속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다 보니 마음도 조금씩 따라 일어났다.


가슴에 물이 차오르는 날이 오더라도 이제는 덜 당황하게 되었다.

물이 차오르면 다시 헤엄을 치면 되니까.


물속 깊이 가라앉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던 순간

힘을 빼니 다시 물 위로 떠올랐던 기억이 지금의 나에게 숨을 불어넣어 준다.


삶도

그런 순간이 반드시 온다.


숨을 고르기 위해

다시 물속으로 뛰어든다.


나는

오리발을 찬 인어공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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