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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이 다 잘하고 살아요

 

전설의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모두들 잘 알 것입니다. 이 책은 제목만 들어도 그냥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환상적인 단어들의 집합체입니다. 그 제목만 보면, 그 몇 개의 습관만 가지게 된다면 성공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됩니다.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진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공통적인 습관이 있을까?', ‘저런 습관을 가지고만 있으면 정말 성공하는 사람이 될까?’, 이러한 생각들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이런 생각들을 내가 왜 하고 앉아 있을까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제목은 절대적인 명제가 아니라, 작가와 출판사가 붙인 그냥 멋진 이름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작가가 세운 회사가 만든 다이어리를 제가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사용했습니다. 제가 그분 책과 다이어리에 쓴 돈만 생각해 봐도 그 작가는 성공한 사람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자기 개발서와 판타지 소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언젠가 인터넷신문의 기사에서 성공하는 리더가 아침마다 하는 17개의 습관이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 기사는 성공하는 리더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명상도 하고, 메모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메일도 쓰고, 가족들과 이야기도 하고, 건강식도 먹고, 주요 일간지를 다 보는 등등 꽤 많은 내용들을 적혀 있었습니다


‘아… 이 분은 출근을 오후 3시쯤 하나보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많은 것을 다 하고 나서 출근을 하려면 제 상식으로는 그때가 되어야 가능해 보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그걸 다하고 나면 해가 질 거 같습니다. 자기 개발서와 판타지 소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고, 우리의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하다고 해서 제가 며칠을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침만’ 인간이었습니다. 오후가 되면 피곤해서 거의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성공한다고 하니, 생각보다 신분상승의 벽은 높았습니다.


저는 그냥 그 이후로도 쭉 행복한 심야형 인간으로 살았습니다. 직장에서의 일과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수면장애가 와서, 심야형 인간을 너머 철야형 인간으로 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벌 회장님이나 우리나 똑같은 24시간만 하루에 쓸 수 있어서 공평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몇 시간 걸려 할 일을 그냥 남을 시킵니다. 본인이 안 해도 되는 일이 늘어날수록 자신의 가용시간은 계속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 할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는 출근하는데 준비하는 시간을 단 몇 분이라도 줄여 보려고 광야의 광인처럼 뛰어다니는데, 밤에는 평소 관심이라고는 좁쌀만큼도 없는 주제의 동영상들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족들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 30분도 안 될 것 같은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하고 안부를 주고받느라 SNS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 갑니다.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지, 온라인상의 내 아이디만 존재하는지 구분이 안될 때가 많습니다.


남이 내 시간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무심코 지나 보낸 시간들을 그리워합니다. 남들 다하는 일을 다 따라서 하느라 내 시간을 다 쓰고 있습니다. 남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을 하느라 무엇 하나도 제대로 잘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 잘하고 살 수 없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하나만 잘하기도 힘듭니다. 다 할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합니다. 그래도 늘 시간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시간을 더 만들어 내려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굳이 안 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일들이라도 과감하게 하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제는 CEO분들과 고위 임원들을 업무상 옆에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분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제외하면, 그냥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굳이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그 분야 외에는 관심, 시간, 돈을 쓸 이유를 단 1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기에 자신의 관심분야 아니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저 정도로 용감하게 한 분야에 몰두할 실력도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남들 다하는 거 다 따라 하면서 살 여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굳이 우리가 다 잘하고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내가 사는데 필요한 한두 가지만 잘하면 되는 거지, 굳이 내가 남들과 비교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다 하면서 살아야 할까요?


안 해도 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습니다.  


 모바일 환경의 발전이 오히려 한꺼번에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우리에게 강요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굳이 안 해도 되는 일, 쓸데없는 일들을 엄청나게 생겨났습니다. 굳이 안 해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일에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만듭니다.


너무나 재미있고,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수단들이 너무나 발전이 되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자기 손바닥 위에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도 몇 시간을 재미나게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무의미한 시간소비가 얼마나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의심해야 합니다.


여기서 서로 모순되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보이지 않는 요구'에 거부해야 합니다.


사회적 관습과 요구에 우리가 다 맞추고 살아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그때마다 다 하면서 살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 대가로 무엇인가는 반드시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다른 무엇은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선택해야 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무엇을 하지 말까’도 같이 생각하는 것이 효과적인 판단입니다.  


내가 행복하면 됩니다.     


무엇에 우리의 기준을 두는가에 따라 우리의 생활은 많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나를 그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좋아했다, 우울하기를 반복합니다.


SNS에 보면 다들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에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보이는 사진을 올리려 애씁니다.


누구나 남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있고, 남의 것을 들여다보는 욕망도 있습니다.


그것의 수단과 매체의 형태가 무엇이든 이런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자극하는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확고히 고수하지 않으면 정말 무섭게 자아를 잃어버리고, 의미 없는 시간을 소비하는 삶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혼돈의 시간 속에 기준은 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면서 살 수 없습니다. 무엇은 반드시 그만큼 대신 내놓아야 합니다.


내가 잘하는 것만 더 잘하고 살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습니다.


남들이 잘하는 것을 다 잘해 보려고 하다 가는, 이것도 저것도 다 결국 못하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행복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 78억 명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 자기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남이 내 인생을 살려고 하는 순간, 내가 남의 인생을 살려고 하는 순간, 어김없이 우리의 시간은 의미 없이 소비되기 시작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내 삶의 기준은 항상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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