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화날 만하니까 나는 거예요.
기상 알람은 9시지만 가뿐한 마음으로 그전에 눈이 떠지는 병가 이틀째 날. 아침을 여는 노래를 틀고 어제 했던 운동의 근육통을 조금은 뿌듯해하며 운동 갈 준비를 하는데 마음이 벅차올랐다. 이렇게 건강한 삶이라니! 몸도 마음도 건강히 잘 회복될 것 같은 기분이다. 요가 가기 전에 공원 앞을 산책하는데 서늘해진 가을 날씨가 피부로 느껴진다. 어제보다 더 따뜻하게 입는다고 입었는데 그래도 춥다. 이제 곧 털모자를 꺼내야 하려나.
오늘의 아침 요가는 ‘도구 필라테스’였다. 어제도 날 환대해 주셨던 선생님은 오늘도 나를 환대해 주시며 말을 거신다.
“운동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신 건데 오늘 몸은 어떠세요?”
“자극이 아주 제대로 왔어요.”라는 나의 말에
“힐링 요가가 제일 난이도가 낮은데~ 필라테스하시면 더 힘드시겠다.”
“앗? 제가 필라테스해도 되는 걸까요? “
“그럼요. 운동 후에 자극된 부분 꼭 폼롤러로 풀어주세요. 내일도 나오시나요?”
“우선 예약은 했어요. 그런데 필라테스가 강렬하면 못 나올 수도 있겠어요. “
“내일도 꼭 나오셔야 해요-”
매일 내가 다음 운동을 꼭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해 주는 선생님이 참 고맙다. 매일 운동 나오는 것이 목표니 필라테스할 때 내 몸에 맞지 않게 과하게 무리하지는 말아야지. 그렇게 시작한 ‘도구 필라테스’ 수업. 어제의 ‘힐링 요가’와는 정말 다른 프로그램이다. 힐링 요가는 나의 몸 근육을 하나하나 느끼며 나의 몸을 이완하는 느낌이었다면, 필라테스는 힐링요가에서 느꼈던 근육들을 좀 더 활용하여 운동하는 느낌이었다. 꾸준히 하면 근육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아직 온전히 다 따라가기엔 벅차서 중간중간에 잠시 휘어 횟수를 조절하기도 하고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며 들었다. 운동을 마치고는 괜한 뿌듯함이 들었다. 예전이었으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요가가 싫어졌을 수도 있을 텐데, 지금은 그저 운동을 해낸 것이 기분 좋았다. 장하다 쿼카!
운동을 마치고 배고픈 배는 두유로 잠시 달래주고 점심을 준비했다. 오늘 점심 메뉴는 자장밥+계란프라이, 두부봉부침, 어묵국.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나름 잘 어울리는 한 상이 었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급히 만든 어묵국은 점심의 풍미를 한층 더 더해주었다. 점심을 먹고 정리하고 소파에 앉으니 어느새 2시다. 곧 상담센터에 갈 시간이네. 시간이 너무나 잘 흐른다.
3시, 상담사님을 만났다. 병가를 어떻게 보냈는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나의 상태에 대해 함께 살펴보며 왜 그런지 탐구해 본다. 나는 나의 몸이나 마음의 반응에 무딘 편이었는데 상담사님을 만나 조금씩 내 몸을 관찰하고 느끼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작년에 먼저 만나 조금 알아둔 덕분에 이번에는 조금 더 일찍 눈치채서 더 아프기 전에 병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소화해 내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 수 있었다. 작년 병가처럼 무기력하고 아프게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상담사님은 내게
“이렇게 연속으로 일을 겪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닌데…. 고생하셨어요.”라고 하셨고 나는
“그러게요. 그래도 연속으로 겪는 덕분에(?) 잘 대응하고 잘 회복하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정말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한 때에 잘 도움요청하셨고, 기본 토대도 잘 짜 놓으셨다. 앞으로 또 생기는 일들이 있다면 그것은 함께 논의해 가며 해결해 보자.”는 상담사님의 말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이야기할 곳은 필요한데 친구들에게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던 터라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와 생기는 일들을 풀 곳이 필요하고, 계속 듣는 친구들은 때론 지치기도 해서 반응이 없으면 나는 이해하지만 서운해지고 악순환이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에 아무리 친구가 힘들어도 계속 들으면 지친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나도 다른 친구가 그럴 때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걸 이해해도 내가 힘드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때로는 화살이 나에게 돌아온다.
‘저런 하찮은 사람의 행동을 그냥 무시하면 될 텐데, 내가 무시하지 못하고 화가 나서 이렇게 모두를 피곤하게 하는 걸까.‘라고
나의 이런 고민에 상담사님은 이렇게 말해주셨다. 뻔히 보이는 수로 그 사람이 나를 자극하는 게 보이는데 화가 안 날 수 있겠느냐고, 거기에 화를 안내면 안된다고. 다른 사람들은 직접 안 느껴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지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상담사님은 이렇게 오늘도 나의 걱정을 녹여주신다. 오늘 상담사님의 이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화날 만하니까 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