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4- 가슴속 삼천 원
*참고사항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병가기간이 끝난 지 2주 정도 되었다. 맞다. 일기가 엄청 엄청 밀렸다. 병가 일지만 2주 치 밀렸다. 그래도 매일을 키워드로라도 간단하게나마 적어 놓아서 다행이다. 이 일지는 한 달 전 적어 놓은 키워들과 나의 기억의 콜라보다.
나는 겨울이 좋다.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일까? 눈?은 예전에는 좋아했지만, 지금은 반반이다. 예전에는 실외에서든 실내에서든 눈이 오면 기뻤다. 하지만 이제는 실내에서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볼 땐 기쁘지만, 눈 내린 거리를 걷거나 운전해야 할 때는 조금 심란해진다. 블랙 아이스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피해 다니는 것은 조금 피곤하다. 나는 겨울에 등장하는 겨울 간식들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붕어빵(혹은 잉어빵, 둘이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잘 구분하지 못(안)한다.)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한동안 붕어빵 파는 곳이 가뭄에 콩 나듯 보여 너무 슬펐다. 그래서 한 때는 겨울간식 파는 곳을 알려주는 ‘가슴속 삼천 원’ 어플을 다운받아 붕어빵을 찾는 탐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상담소 근처에 붕어빵 가게가 있어서 매주 화요일 상담소를 방문할 때마다 붕어빵을 만날 수 있었다. 붕어빵과 만날 수 있기에 상담이 좀 더 즐거웠다. 가격은 2마리 2천 원, 4마리 3천 원, 8마리 5천 원. 옛날에는 천 원이면 5마리를 먹을 수 있었는데… 하며 잠시 슬퍼지지만 붕어빵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순 없다. 겨울잠 자는 동물들이 겨울을 위해 음식을 저장하듯, 남으면 냉동하여 저장하고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을 생각으로 8마리를 산다.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이제 상담이 마무리되어 일부러 가지 않는 이상 그 곳을 지날 일이 없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는 붕어빵 파는 집이 없을까…? 하며 찾아보았지만, 카페에서 파는 세련된(?) 붕어빵 아니면 미니 붕어빵들만 나왔다. 나는 이동식 작은 포장마차에서 파는 원조(슈크림도 거부한다!) 붕어빵이 좋은데…. 아쉽지만 먹고 싶을 때 상담소 근처를 들러야 하나 보다. 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을 때쯤. 없어진 줄 알았던 우리 동네 붕어빵집이 다시 영업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유레카) 지체 없이 팥붕어빵 8마리(여기도 상담소 근처 붕어빵 가게와 가격이 똑같았다.)를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에 있어도 저장해 두는 습관은 바뀌지 않는다.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과 붕어빵 그리고 사과이다.
이제 가슴속에 삼천 원이 아닌 오천 원을 품고 다녀야 하지만, 좋다. 붕어빵과 가까이 살고 있다니 행복하다. 붕어빵집 사장님이 오래오래 겨울이 끝날 때까지 장사하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