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드. 디. 어!
오늘의 오전 운동은 ‘도구 필라테스’다. 화요일에는 피트니스링을 활용하여 등 근육을 사용했는데, 오늘은 강사님 매트에 요가볼이 올려져 있다. 무슨 수업이 진행될까…? 상상해 보며 발바닥을 마주 보고 앉아 무릎을 바깥쪽으로 벌려가며 고관절을 풀어주었다. 30분이 되어 강사님이 들어오시고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시작한다. 이번주 운동은 아무래도 처음에는 자만감을 느끼다가 뒤로 갈수록 좌절하는 게 자연스러운 코스인 것 같다. 처음에는 요가볼이 지지대 역할도 해주어서 좀 더 편히 동작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뒤로 갈수록(헉) 동작이 점점(헉) 나의 허벅지를 찢어 놓을(헉) 것만 같았다. 오늘은 강사님이 작정하셨는지 친절히 허벅지 근육뿐만 아니라 복부 근육도 찢어 주셨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운동인지라 나의 체력에 맞게 조금씩 횟수를 조절했는데도 아주 땀이 주르륵 흐른다. 오늘은 저녁 요가 수업도 예약해 놨는데 다시 올 수 있을까.
어제저녁부터 점심으로 어묵국수를 먹겠다고 생각해 뒀다.(사실 저녁으로 먹으려 했으나 입맛이 없어서 단백질바로 저녁을 때운 탓이었다.) 복부와 허벅지 근육이 찢어진 헐렁헐렁한 몸으로 요가센터 계단을 내려오며 어묵국수에 팽이버섯을 함께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천재 쿼카.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계단을 다 내려와 왼쪽으로 몸을 돌린다. 왼쪽으로 몸을 돌려 3분 정도 직진하면 나오는 슈퍼, 슈퍼에서 어떤 버섯을 살까 하다가 팽이버섯 하나를 챙겨 계산하고 집으로 간다.
집에 도착해 바로 요리할 힘은 없다. 소파에 앉아 두유와 사과를 챙겨 먹고 점심 한약을 챙겨 먹으며 우선 요리할 힘을 채워본다. 간단한 요리지만 그래도 운동하는데 쓴 에너지를 어느 정도 보충해줘야 한다. 어느 정도 체력이 다시 채워졌다 싶을 때 요리를 시작한다. 일정한 루틴이 있으면서도 나의 상태에 맞춰서 진행할 수 있는 운동과 일정, 나의 마음을 회복하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 허벅지와 복부 근육을 찢는데 에너지를 많이 썼는지 어묵국수를 먹고 책을 읽다가 그 상태로 소파에서 옆으로 누워 잠이 들었다.
“지 이 이이이 잉”
30분 정도 잤을까. 머리맡에 둔 핸드폰 진동소리에 몽롱하게 깼다.
‘무슨 전화지…? 이 번호는.. 교육청이네. 일정 이번 주 중에 안내해 준다더니 무슨 일이지?’ 교육청에 고충심사청구를 신청해 놓은 지라 전화를 받는다.
“네, 장학사님. 무슨 일이세요? “
“#$&@$%(%#”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내 메일 주소는 신청서에 잘 써 두었는데 p로 시작하는 이메일은 무엇이고, 내가 물어본 것을 이메일로 보냈다는 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나는 장학사님에게 물어본 것이 없는데? 굳이 떠올려보자면 지난 월요일에 질의가 아닌 요청을 했다. 지난주 수요일에 고충심사청구 신청서를 수정하여 보내고 장학사님에게 보냈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접수가 되었는지 이후 과정은 언제 진행되는지 등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가벼운 말로는 읽씹 당했다. 기분이 좀 그랬다.) 그래서 월요일에 내 신청이 접수됐는지, 됐다면 앞으로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었다. 마냥 기다리면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고충심사청구를 한 것은 10월 13일인데 그 뒤에 전화는 왔지만 딱히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요청하고 요청하고 요청하여 드디어 진행된 것이라 신경을 안 쓰면 또 유야무야 될까 봐 걱정도 있었다.(안타깝게도 힘든 것은 청구인이지만 청구인이 계속 요구해야 진행된다. 위원회를 열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는 것은 나의 느낌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보다 먼저 고충심사를 넣은 동료는 언제 진행되는지 질의한 이후 따로 요구를 하지 않았더니 나보다 늦게 연락을 받았다. 허허)
무튼 무슨 말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어서
“메일을 확인해 보면 되나요?”라고 하니 그렇다고 하셔서 마침 집에 있던 나는 노트북을 켜서 메일을 확인했다. 고충심사위원회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메일 왔네요.”라고 하니 한껏 긴장과 조급함이 느껴지던 장학사님은 한껏 풀어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메일을 보니 고충심사위원회 개최 안내에 대한 내용이었다.(내용 확인 및 출석여부를 회신하는 내용이 있는데 14일까지 요구하고 왜 나에게 오늘 전화를 한 건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드. 디. 어!
25일 만에 신청이 접수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힘들다. 이젠 최후진술서 쓸 힘도 없다. 출석하여 만나 이야기하겠다. 이 과정에서 고통받은 것도, 병이 심해진 것도, 병가에 들어간 것도 난데, 내가 또 다 증명해야 하는 이 과정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지. 위원회는 20일 뒤다. 신청한 지 45일이 지나야 위원회가 열리고 결정 나는 데 또 며칠 더 걸릴 것이다. 고충심사는 통상적인 민원처리 기한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인가? 내가 해보니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고충심사는 신청했을 때 바로 신속하게 접수 및 이후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청구인에게 더 고통이 크다.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내가 신청서를 낸 후 2주 동안 교육청에서 이래저래 상황을 확인을 하느라 시간이 지났다. 고충심사 과정에서 사실 조사가 있음에도 왜 이렇게 진행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 의문은 함께 고충심사청구한 동료들과 이야기 나눠봐야지. 휴, 병가 때 더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