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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Aug 07. 2018

7살 아들과 3박 4일 병상 여행

 새벽 응급실행으로 시작된  7살 막내와 병상 여행.  뇌수막염으로 4일간 입원을 하게 된 것.


 1. 참 길게,  기이이일게~~~  웃는다. 즐거운 모습을 보인다.

 2. 참 오랫동안 짜증냄이 없다. 이리 길게 짜증 없는 모습을 보게 된 건 처음일 듯.

 3.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로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4. 주사부터 쓰디쓴 약,  어른도 힘들다는 척수 검사까지 응석 부림 없이 의연하게 참아낸다.

 

  아이의 웃는 표정이, 아이의 웃음소리가, 아이의 어린 표현이 짓눌린 아빠의 마음을 참 맑게 한다. 아이의 맑고 밝음이, 긍정성이 어른에게 치유가 될 수 있구나~~~~


  3주의 짧은 여름방학 시작 전부터 마음이 바빴다. 첫 주는 여행하는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캠프. 두 번째 주는 딸,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엄마의 근무로),  세 번째 주는 생기부 기록과 학교 업무처리, 수업 준비로 1박 2일의 가족여행 계획도 세울 수 없는 방학을 맞이하며 마음이 참 바쁘고 일상의 피로감이 그대로 이어지며 방학을 맞이했고 그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첫 주 캠프는 학교와 학생, 지역사회의 적극적 지원과 참여, 여행하는 선생님들 열정으로 정말 마음 편한 캠프를 했다.

  두 번째 주. 무더위와 심심함에 찾아든 아이들(딸, 아들) 짜증을 치유하기 위한 잔머리 굴리기. 집 앞 분수대, 시원한 카페, 계곡 찾아 물놀이, 체육관 운동, 영화 관람, 워터파크 등등 시간을 때우며 보냈다. 조금 즐거울라 치면 금세 짜증으로 또 잠시 웃을라 치면 금세 다툼으로 감정의 롤러코스터, 관계의 다변함 속에 이런 게 사춘기인가라는 생각 속에 일상을 생계형 이벤트로 버티고 있었다.

  수시로 보이는 짜증과 웃음, 또다시 짜증에 아이는 그렇게 커가나 생각했다. 거기에 맞춰 나 또한 웃음과 짜증과 가끔은 성냄으로 응대하며.....


  그러다 갑작스러운 7살 아들의 구토와 두통으로 찾은 응급실..... 그리고 정선을 떠나 원주에 있는 더 큰 병원 응급실로 그리고 입원.  엄마는 출장으로 큰 아이는 공동육아를 하는 다른 선생님의 댁으로 가고 아들과 8인 병실에서 3박 4일을 보내게 되었다.



  방학 3주차 이제는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미리 세워놨던 계획에서 벗어난 돌발상황.  생기부 정리와 수업 준비, 강연 준비로 입원 첫날부터 마음이 바쁘고 생각이 번잡하다.

  그런데, 마음이 바쁜 나와 달리 힘겨운 검사와 치료에도 아이가 웃는다. 즐겁다. 이건 뭐지????  첫날밤 두통과 구토와 씨름하며 수시로 잠에서 깨며 힘들었음에도 웃는다. 난 몸도 마음도 힘든데... 이건 뭐지???  

  누나 얘기 엄마 얘기 이모 얘기 할아버지 할머니 얘기 수다도 많다.

  놀이시설도 없고, 링거 꽂은 팔로 움직임도 불편하고, 병원식이 입에 맞지도 않을 텐데... 즐겁다.

  롤로코스트처럼 오르락내리락 거리던, 웃다 울다 짜증내다 웃다 화내다 하는 감정 기복도 없다.

  미운 7살 사춘기가 벌써 왔다며 짜증에는 짜증으로 웃음에는 웃음으로 화에는 화로 응대하며 7살 그렇게 성장하는 거겠지 하며 그러려니 살아왔는데 낯설다. 그런데 그 밝음이, 그 웃음이, 어린 표현들이 힐링을 준다. 여전히 학교와 일로 마음속 번잡함이 있지만 '어찌 되겠지 뭐!' 하며 나 또한 웃게 만든다. 덕분에 마음속 바쁜 스케줄 다 미뤄놓고 나도 이곳에 있어본다.

 

  이 놈이 이리 길게 즐거웠던 적이 었었나?  이 놈이 이리 길게 짜증 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던가?

 3박 4일 딱 한 번 짜증을 낸다.  학교 일로 나를 찾아온 손님들을 만나러 가는 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들이 찾아오기에 답답한 병상을 잠시 벗어 날 수 있기에 아빠는 신났는데, 지난주 내내 먹고 싶다던 팥빙수와 맛난 거 먹으로 푸드코드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움직이자는 이야기부터 아이는 짜증을 낸다. 가기 싫다며 먹는 것의 달콤한 유혹도 이겨내며 짜증을 낸다. 손님들과 즐겁게 대화를 하는 내내 짜증이다. 손님들이 가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하는 것 싫다며 마지막 짜증을 내곤 다시 웃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운 7살 아이는 웃고, 울고, 짜증내고, 화내며 다들 그렇게 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미운 7살 아이의 웃음, 울음, 짜증과 화에는 나만 바라봐 주길 바라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주는 부모의 시선과 관심받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 아이는 자신 곁에 있는 부모의 시선이 있으면 마냥 즐겁고 행복해하며 성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  


 "공감 : 현존(현재의 있음) :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어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이의 웃음과 수다에 스트레스가 잠시 물러가고 마음의 평온이 오니 번잡한 마음 뒤로 미뤄두고 그곳에 현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온전히 아이와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온전히 곁에 있는 낯선(?) 아빠 모습에 아이는 즐거웠던 것 아닐까?  


  친구가 찾아왔다. 벗이라 부르는 나에겐 큰 의지가 되는 친구가 찾아왔다. 일이 아닌 그냥 병문안으로.....

  아빠 친구 만나러 가자는데 따라나선다. 아이패드 게임을 하며 아빠와 친구의 대화시간 짜증냄 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3박 4일 미운 7살 아들과 병상 여행.  

  나도 좋다. 틈틈이 책도 읽고, 관심분야 영상도 보고, 블로그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보호자석 보조 침상에 오랜 시간 누워있다 보니 중력 덕분에 키가 컸다^^ ㅋㅋ.


  퇴원.   스테이크를 사달란다.  스스로 고기를 사달라고 한 적 없던 아이. 늘 아이스크림 타령만 하던 아이가 식사로 고기를 먹고 싶다고 표현한다. 정말 즐겁게 신나기 웃으며 식사를 했다.




  이젠~~~~~ 일. 상.

  또 웃음. 짜증. 화. 웃음. 짜증. 화의 쳇바퀴를 돌겠지만,  조금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아~~~~~  생기부, 수업 준비, 강연 준비, 여러 프로젝트들이 확 밀려온다.


  부모를 아이에게, 교사를 학생에게 돌려보내 주세요.   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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