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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Nov 28. 2019

상받는 글쓰기, 성찰의 글쓰기

글은 짓는게 아니라 쓰는것

아이들이 어릴 때 글쓰기를 가르쳐 보려니 아는 게 너무 없었다. 글쓰기 지도를 위한 책을 찾다가 발견한 스승님이 있으니, 바로 <이오덕> 선생님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1944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를 하며, 평생을 글쓰기 교육에 매진을 하신 분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읽은 책이지만 나를 바꾼 글쓰기 스승님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글은 짓는 게 아니라 쓰는 것이라 했다.


 '짓는다'는 것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집, 밥, 옷은 짓는 것이 맞다. 하지만 글은 내가 겪은 것, 생각한 것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겪지 않은 것을 생각만 하고, 어른들에게 칭찬받기 위해 쓰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했다.


솔직하게만 쓴다고 좋은 글이 되는 것은 아니라 했다. 마음을 더 선하게 만들어 주는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예로 60년대 후반의 초등학생이 쓴 일기를 보여준다. 일기에는 아이가 친구들과 개구리를 죽이 논 이야기가 자세히 묘사가 되어있었다. 그 글은 그림이 그려지듯 생생하지만 읽는 사람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 애들이 특히나 좋아해서 너덜너덜 닳도록 읽은 책은 <일하는 아이들>이란 책이었다. 그 책에 실린 일기들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가끔은 눈물을 흘리게 해 준다.


이오덕 선생님의 철학대로 나는 아이들에게 솔직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글을 써보라고  지도를 해 주었다. 아이가 일기나, 숙제로 써야 하는 글을 쓸 때, 단락을 읽어보고, 질문을 던져 주면서 아이의 마음 기록하게 주었다. 하지만 방식의 글쓰기는 한 번도 상을 받지 못했다. 참가상 정도를  받았기에 아이들은 실망을 했다.


 한 번은 사회 과제물로 글을 써야 하는 게 있었다. 지역 문화유산을 방문하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주말에 전남편과 아이들이 인근에 있는 '정기룡 장군 유적지'를 다녀왔다. 그리고 전남편이 감상문까지 코치를 해 주었다. 저녁에 아이들이 써 온 글을 보았더니 딱 전남편스러웠다.


유적지의 위치와 풍경에 대해서 설명하고, 정기룡 장군의 업적에 대해 요약을 했다. 느낀 점에는 정기룡 장군에 대한 찬사와 함께,  '나도 정기 장군처럼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애들에게 진짜로 이렇게 느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빠가 불러 주는 대로 썼다고 했다. 나는 이미 시간이 늦어 애들을 재우고, 다음날 그대로 제출을 하게 했다.


몇 주 후 그 글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 나는 큰 좌절을 느꼈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글쓰기에서 대상을 받았으니 아주 좋아했다. 상을 받기 위해 지어낸 글이고, 이런 글은 가짜라고 혹평을 해서 보냈건만,  진짜 상을 받았으니 나로서는 난감했다. 전남편은 상장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었다고 들었다.


그래도 나는 내 방식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기를 정직하게  글로 적게 했다. 자기를 보는 연습이  글쓰기의 재미라고 알려 주었다.


 아이가 반 친구 어떤 아이가 밉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왜, 어떨 때 미운지를 한참을 얘기하고, 안 미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아이는 자기가 반 친구를 시샘하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부터는 그 친구에게 친구의 장점을 칭찬해 줘야겠다는 걸 글로 적었다. 글을 쓰며 아이는  마음을 정돈하는 법을 배우는 듯했다.


시간이 한 참 흘러, 큰 애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어린이날 하는 백일장에 애들을 데려갔다. 큰애는 자기 식대로 추리소설 형식을 빌어, 잃어버린 목걸이를 찾았던 경험을 글로 썼다. 나는 아이의 통통 튀는 문체가 너무 좋아 칭찬을 해 줬는데, 함께 간 내 동생은, 글에 교훈이나 핵심이 없다며 이상하다고 했다.


일주일 후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목걸이를 찾는 글이 1등을 했다. 주제도 없고 교훈도 없지만 경험 한 걸 생생하게 자기 문체로 쓴 글이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것이었다. 나는 시대가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유려한 문장력을 자랑하거나, 지식이 많아 보이는 고급진 글이 아니라 공감과 재미를 주는 글이 상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읽은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방식은 나에게도 영향을 많이 줬다. 글은 나를 치료하고 마음 정돈을 위한 수단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은 사춘기를 지나 수험생 때도 일기를 썼고 지금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아들은 허세를 좀 섞어서, 딸은 추상적 비유를 섞어서 자기 방식대로. 아이들은, 내 삶이 쓰는 글이 되고 있다.

새콤해도 되고 달콤해도 되고 니 맛대로.

https://brunch.co.kr/@red7h2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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