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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Sep 05. 2020

숨을 쉰다고 해서 다 살아있는 것은 아닌.

아, 엄마는 이제 이 곳 사람이 아니구나.

7.3

  열심히 만든 곡을 들고 엄마를 보러 갔는데 엄마가 좀 이상했다. 눈도 잘 못 뜨고 내 말에 대답도 잘 못했다. 머리를 안아 올려도 눈꺼풀은 계속 무겁게 떨어졌다. 내가 들려준 곡도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덜컹 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무서워서 ‘엄마, 괜찮아?’ 하고 불렀더니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무슨 일이냐는 듯 ‘왜?’ 하고 대답했다. ‘엄마, 내가 누구야?’ 물으니 ‘홍률.’하고 답했다. 엄마가 왜 이러지? 엄마는 나를 ‘홍률’이라고 안부르는데..  


  섬망 증상이었다.


  엄마가 말했다. 나는 여기(병원)에 있을 필요도 없고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링겔)도 다 소용 없다고, 다 나았다고 했다. 지난주 화요일에 여기 들어왔는데, 다음 주 화요일에는 병원을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냉장고 앞에 가보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했다. 더는 그 말을 들을 자신이 없어 엄마를 깨우기를 멈추고 그냥 잠에 빠져들게 두었다. 간호사님께 엄마가 왜 이러는 거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통증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해서 마약성 진통제를 어제보다 2배로 올렸다고 했다. 그래서 정신착란 증상이 오고 계속 잠에 드는 것이라고 했다. 진통제를 제거하면 다시 정신이 돌아 온다고 했다.


  멍하니 자는 엄마를 보고 있었는데 응급실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할 말이 있다고 하셨다.


“어머니 상태 보셨죠? 아무리 씨티를 찍어봐도 어디서 출혈이 발생하는 것인지 찾지 못했어요. 혈관에서 나는 것이라면 씨티 상 바로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큰 종양 덩어리에서 스멀스멀 피가 계속해서 나고 있는 암성출혈이에요. 이런 경우에는 출혈이 저절로 멎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개복수술도, 항암치료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출혈이 계속되면 수혈로도 한계가 있어요. 몸 내부에서 출혈이 지속되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몸에 피가 부족하니까 심박수는 계속 올라가고 혈압은 떨어져요. 이미 어머니 심박수는 며칠째 정상 수치로 돌아오지 않고 있고 혈압도 정상 혈압에 한참 못 미치고 있어요. 지금 당장이야 젊으셔서 며칠 버티셨지만 이대로라면 다른 장기들도 곧 제 기능을 잃어서 신장수치, 간 수치까지 나빠질 거예요. 

  어제부터 조금씩 섬망 증상도 시작되셨고 당장 오늘 밤에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십니다. 어머니 심장이 멈췄을 때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어요. 심폐소생술 자체가 환자의 심장과 주변 뼈, 장기에 큰 무리를 주고 큰 출혈이나 골절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아주 고통스러워요. 이게 회복 되는 데만 3개월이 걸리는데 어머니한테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지 보호자분이 생각 하셔야합니다. 

  그리고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기도에 플라스틱 관을 꽂아 호흡기를 연결하는데 이것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기계의 도움을 받아 숨만 유지하게 하는 장치일 뿐입니다. 이런 내용으로 병원 측에서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연명치료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아야 해요. 주말동안 생각 해 보시고 월요일에 직계 가족 분들 다 모여주세요.” 


  아직도 주치의 선생님의 말이 토씨하나 빼놓지 않고  내 귓가에 쟁쟁하다.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는데 왜 그걸 안한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차갑게,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의사가 너무 미웠다.


7.4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는 하루만에 알게 되었다. 엄마는 이제 이곳에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았을 때, 병원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지다가도 다시는 그 눈을 뜨지 못할 것 같은 느낌에 불안감이 몰려왔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내가 감당하고 있는 모든 것이 너무 버거웠다.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도 속이 울렁거리고 토기가 올라왔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오는 월요일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췌장암으로 유명하다는 교수님의 보호자 진료를 예약 해 놓은 상태였다. 환자가 많아 안 받아준다고 하면 무릎이라도 꿇고 우리 엄마 좀 살려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주말이라 당장 진료도 못 받고 검사도 못하고 교수님 회진도 없었다. 주말이라는 것이 원망스럽고 지옥같이 느껴졌다. 나는 생각했다. 주말만 버텨보고 월요일에 거기서도 가망이 없다고 하면 그 때는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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