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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비나 Dec 31. 2020

'좋아요'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2>

'추락(블랙 미러)'으로 묻고 ‘노트북’으로 답하다.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공모 당선작입니다.



***''좋아요'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1>'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내용입니다.***






영화 '노트북(notebook,2004)'은 강가에 빨갛게 노을이 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노을과 늙은 두 남녀. 이 장면은 '우리의 삶이 끝날 때 결국 무엇이 우리 곁에 남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노트북에 적힌 내용을 읽어준다.



 '엘리'와 '노아'는 열일곱 살 여름밤 테마파크에서 처음 만난다. 사랑스러운 '엘리'를 처음 본 '노아'는 첫눈에 반한다. 빨려든 듯하면서도 진지한 눈빛의 노아의 표정. 과감한 노아의 구애로 둘은 연인이 되어 매일 붙어 다닌다. 유복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엘리는 발랄하고 거침없다. 테라스에서 휘트먼의 시를 읽히는 낭만적인 아버지의 사랑으로 자란 노아는 솔직하고 매력 넘치는 사랑꾼이다. 둘은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며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간다. 두 사람의 생동감 넘치는 연애 장면들은 예쁜 사랑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사춘기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가 사랑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어 더없이 아름답다.



둘의 사랑이 깊어 가던 중, 엘리 부모님의 반대로 둘은 인사도 못한 채 헤어지게 된다. 노아는 1년 동안 꼬박 365통의 편지를 엘리에게 보내지만 단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한다. 엘리는 노아를 포기하고 대학을 다니다 부유한 가문의 멋진 남자와 약혼을 하게 된다.



엘리를 그리워하다 지친 노아는  엘리에게 지어주기로 약속했던 집을 짓기 위해 폐가였던 저택을 사서 집 짓기에 몰두한다. 그러면 엘리가 올 것 같아서. 엘리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노아가 지은 저택이 신문에 날 정도로 유명해지고, 그것을 본 엘리는 심란해진다. 결국 엘리는 노아를 찾아간다. 엘리는 노아가 자신을 기다리며 365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노아는 자신의 편지가 엘리에게 단 한 통도 전해지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범인은 엘리 엄마) 둘은 아직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뜨거운 며칠을 보낸다.



그러다 엘리의 엄마가 찾아와 엘리의 마음을 흔들고, 엘리는 약혼남과 결혼하여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지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자기가 진짜 사랑하는 노아와 평생을 함께할지 사이에서 갈등한다. 부모님, 약혼자, 노아가 원하는 것 말고 진짜 네가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 노아. 결국 엘리는 노아와 함께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늙은 두 남녀는 노아와 엘리였던 것이다.

엘리는 치매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노아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씩 기억이 돌아온다. 그러다 나중에는 그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엘리가 죽을 때, 기적처럼 노아도 그 길을 함께 가며 영화가 끝난다.






나는 이 영화를 열 번 가까이 봤는데도 볼 때마다 보는 내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본다. 다 보고 나면 항상 눈이 퉁퉁 부어 버린다. 이 영화가 내게 주는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다 적으면 책 한 권이라도 모자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끊임없이 내게 말해주는 것은,

사랑이 한 인간의 자존에 무엇을 주는가에 대한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서로의 영혼을 깨우고, 자기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확신하게 한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 확신은 더 굳건해져서,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동력이 되어 생을 아름답게 한다.


이것은 영화에서 '엘리'를 통해 잘 표현된다.


'론'(엘리의 약혼남)과 있을 때 엘리는 다소 정돈된 모습이다. 기본적인 발랄함은 있지만 노아와 함께 할 때만큼 거침없고 과감하지 않다. 격식 있는 차림과 다듬어진 머리. 그리고 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이제 그림을 안 그려. 한때는 항상 그렸지. 정말 좋아했어."


엘리가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을 론은 모르고 있다. 하지만 노아는 집을 지을 때 엘리와 약속한 그대로 테라스와 작업실을 만들어 준다. 이것은 노아가 엘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엘리가 노아와 함께 있을 때는 굉장히 분방한 모습이다. 과감하고 솔직하며, 터프하고 거침없다. 노아와 재회한 후 작업실의 이젤 앞에서 엘리는 옷을 완전히 벗은 채 담요만 덮고 있다.



그리고 론을 다시 만났을 때 엘리가 말한다.


"노아와 있을 땐 내가 나 같은데 당신과 있을 땐 또 다른 사람 같아."



그리고 다시 노아에게로 돌아간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었음에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하고 삶을 굳건하고 아름답게 만드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펄스널 브랜드니 뭐니 하며 자기 자신을 잘 포장해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세상은 말한다. 존재로 온전히 사랑받기보다, 가격이 매겨진 상품처럼 가혹한 취급을 당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런 세상에서는 사람도 관계도 심지어는 사랑과 가족도 모두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된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진짜 행복할 수 있을까?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좋아요'나 기다리며 우리가 진실하게 살 수 있을까?


이런 차갑고 섬뜩한 세상에서 우리 존재의 가치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지키는 방법에 대해 노아는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사랑은 영혼을 일깨우고 더 많은 걸 향해 손을 뻗게 해. 우리의 가슴에 불꽃을 심어주고, 우리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줘. 넌 내게 그런 사랑을 줬어. 나도 네게 그런 사랑을 영원히 주고 싶었어. 사랑해. 언젠가 또 만나. 노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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