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의 힐링다이어리
2022년을 시작하면서, 나는 쉬어갈 시공간이 필요했다. 힐링다이어리 18기를 앞두고 한 달간의 쉼을 공지했다. 나는 정말 잘 쉬었을까? 내게 쉼이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인 것 같다. 쉬면서도 나는 늘 그다음을 생각한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늘 결론에 다다르면, 혼자 속삭인다. 그래, 이 정도라도 괜찮아. 어쨌든 한걸음 내디딘 것은 잘한 일이야.
속삭이는 나를 두고 다시 나는 시간을 돌려 현재라는 시공간으로 돌아온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
힐링다이어리 18기를 앞두고 쉬는 동안, 다이어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들을 했다. 다이어리에 쓸 문구들을 만들고 그전에 썼던 문장들을 골라서 캘리 작업을 부탁하기도 했다. 캘리 작업들은 모두 완성이 되었고, 문구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 겨울방학에 내가 뭔가 일을 벌인 게 잘못이었을까. 아니다. 일단은 시작을 빨리 하면 끝나는 시간도 당겨지니까. 괜찮다.
그리고 한 달간의 쉼은 끝이 났다. 힐링다이어리 18기는 시작되었고, 머릿속의 공상은 이제 현실로 나갈 워밍업을 한다. 오랜만에 일기를 쓰려고 하니 바짝 긴장이 된다. 글쓰기는, 그게 일기 정도의 가벼운 글이라도 멈춘 그 시간만큼 뒤로 후퇴하기 마련이다. 감이 떨어진 게다. 떨어진 감을 되찾아야지. 데자뷔처럼 이런 경험도 수백 번이다.
아이들을 키우다가 일기를 쓰고, 다시 멈추고 하는 일을 반복했지만, 꾸준히 쓰게 된 계기를 만났다. 바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면서부터다. 매일 기록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절망적이었고, 어떤 날은 죽을 만큼 지루하고 더뎠고, 어떤 날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보냈으니까. 그런 와중에도 놓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일기 쓰기 습관이 생기면서부터다. 피곤에 절어 쓰러졌는데도 스마트폰으로 일기를 써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습관도 일종의 중독이라 안 하면 금단현상이 나타났다.
몇 년 간의 일기 쓰기는 나다움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일기를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무의식 안에 기다리고 있던 나의 생각들이 불쑥 올라왔다. 그 생각들을 일기로 남기면서 나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고, 내가 동경하고, 내가 가고 싶은 지점에 대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나에 대한 글이 모인 일기장은 작은 보물창고가 되었다.
힐링다이어리18기,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가고, 놓쳐버린 기회들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이다. 한 번의 밤과 한 번의 낮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은 소중하게 여긴 사람에게만 보물을 안겨준다. 그 보물이 어떤 것인지는 나만 알 수 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보물, 보여준다 한들 본질은 나만 볼 수 있다. 늘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두근거림이 있고, 이렇게 마치는 순간은 안도감을 느낀다. 일기는 나에게 하루의 마침표다.
#힐링다이어리#일기쓰기#백번의힐링다이어리#쓰는행위#빨강장화북클럽#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