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트 일기_시즌1
포기없이 라는 말 뒤에 점을 두개 찍을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최근에 빽다방의 빽스치노에 꽂혀 차가운 음료를 자주 먹었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자주 느낍니다.
진짜 배가 고픈 것인지, 허기진 느낌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을 계속 읽습니다.
계속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어린 시절, 채워지지 않음을 자주 느꼈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여전히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 듭니다.
그것이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보니 견딜수 없이 힘든 날이 있습니다. 허기짐을 느낍니다. 먹고 또 먹습니다. 그리고 오래동안 참았다가 또 먹습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인지 그냥 그 먹는 행위가 나에게 위안을 주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사람들과 함께 있었고, 끝없이 대화하고 교류를 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뒤로 제쳐둔 것만 같아 마음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공황장애를 겪었던 몇 년 전이 떠올랐습니다. 일에 치어서 살다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나를 따라오지 못해 아우성을 치는 것이죠.
글 쓰기의 고독은 그것 없이는 글이 만들어지지 않는, 혹은 더 써야 할 것을 찾느라 피 흘리며 부스러지고 마는 그런 것이다.
...
책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과 분리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고독해야 한다. 저자의 고독, 글의 고독, 자신을 둘러싼 침묵이 무엇인지 자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뒤라스가 말하는 고독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그 고독은 단순히 외로움을 견디는 것과는 다릅니다. 고독은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글을 쓸 바탕을 다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침묵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그 침묵의 시간이 정확하게 어떤 행위를 해야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낍니다. 오늘 하루종일 엄청 바빴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을 죄다 놓쳐버린 느낌이지요.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할 수 없어서 회피하면서 하루를 보낸 느낌이 듭니다. 시험지를 눈 앞에 두고 정답을 맞추지 못해서 계속 헤매는 나를 보게 됩니다.
막내 아들의 영어 시험지를 보면서, 이렇게 많이 틀렸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니? 라고 물었습니다.
그건 사실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운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운영이 안되고 있는데 너 괜찮니? 아무렇지도 않니?"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저 혼자만 져야 한다는 사실에 살짝 섭섭함이 느껴집니다. 차라리 조직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분명 내 탓만은 아니니까...... 좀 더 마음이 덜 불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한 것일까, 돌이켜보면 나는 그냥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 나를 써줄 곳이 없을테니까 내가 나를 써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곧 갤러리 운영한 지 3년을 채우게 됩니다. 3년이 지나도 이 정도밖에 안돼? 라는 말을 들을 까봐 겁이 덜컥 납니다. 물론 그 누구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지만요. 그런 관심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기도 하고요.
뭐, 어떻게든 알아서 하고 있겠지 정도의...... 생각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묵묵하게 계속하겠다. 하지만 더이상 가만히 기다리지는 않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래동안 해왔던 독서모임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고, 꼭 필요한 모임 외에는 더 정리하는게 맞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섭섭하고 더 슬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 자신을 감당할 수 없다면 변화는 꼭 필요하니까요.
묵묵하게 해 온, 그리고 좀 바보같이 살아온 나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탓하지 않고, 점수매기지 않고, 등을 두드려 주고 싶습니다.
알고 있지 않나요?
삶이라는게 그렇게 녹록지 않으며,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요.
여전히 후킹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각만 바꿔도 상황이 바뀐다며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막말을 던지거나
말을 쉽게 내뱉는 사람들이요.
만약 우리의 삶이 아주 수월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누군가의 수고로움 덕분일지도 모른답니다.
아니 반드시요.
그러니 묵묵하게 기쁘게 포기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
쉬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