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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꾸꾸 Dec 23. 2022

실패를 실패라 여기지 말고,

낙방의 고배를 마신 후


오늘 저는 중요한 입사 지원 시험에서 낙방했습니다. 이렇게 올해만 두 번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어요. 높은 확률로 합격할 줄 알았던 시험이었던 터라 그런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운동을 하러 갔고, 저는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합격자 발표를 확인했습니다.


“불합격”


열심히 달리던 러닝머신 위를 잠시 멍하니 멈춰 섰습니다. 교수님과 친구들, 부모님께 연락을 돌린 뒤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아프거나 힘들 때 오히려 웃을 때가 있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말이죠.


그런 저는 단 몇 시간 만에 플랜 B를 세워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군가 저를 본다면 아무 생각 없이 결정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내면에 선택의 우선순위가 있거든요.






| 선택의 기로에 놓인 나

저의 선택은 다음처럼 두 가지 경우에 따라 나뉘게 되는 것 같아요.


1. 아주 독보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지가 있을 때

2. 비슷한 선택지 여럿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우선 첫 번째. 불나방 같은 저는 독보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지가 있다면 당연히 그 선택지를 고릅니다. 너무 당연하다고요? 중요한 것은 이 선택지가 제 눈에만 매력적이고 타인이 봤을 때는 가치가 없거나 불안정해 보일 때, 혹은 그 선택지에 따르는 장애물이 많을 때도 결과와 상관없이 그 선택지를 택하는 겁니다. 다만 이 경우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어찌 되었든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의 경우가 정말 난감합니다. 오히려 두 번째 경우에서 저는 소위 말하는 결정장애를 겪고는 했습니다. A와 B, 둘 중 특별히 끌리는 것도 없지만 아무거나 선택하기에는 꽤 큰 결정일 때 오히려 더 따져보고 고민이 길어지면서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지경까지 도달하게 되는 거죠.






|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최근에 자주 챙겨보는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어떻게 건축학계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냐는 질문에 유현준 교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갈 데가 없어서 계속한 것 같아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어린 시절부터 원대한 꿈을 꿔왔고 계획한 대로 착착 인생이 흘러갔을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교수님조차도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거나, 있더라도 그곳에 가면 꿈이 없을 것 같아서 남은 선택지를 택했던 때가 많았단 이야기였어요.


“여러분, 진로 고민은 계속될 겁니다. 저는 한 48~49살 정도까지 했던 것 같아요. 지금 50이 다 되어서 진로 고민이 어느 정도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즉, 여러분은 가능성의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고민할 수 있는 거예요.”


순간, 이 말을 들고는 순간 띵 했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진로 고민을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고, 한 가지에 온전히 빠져 파고들지 못하는 제 자신을 우유부단하다며 자책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선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내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기회 또한 열려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라는 책에서 선택과 결정에 도움이 되는 5가지 단어로 긍정-심플-확신-완벽-경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간략히 말해 완벽한 결정은 없기 때문에, 심플하게 고민하고, 선택의 결과가 실패였다면, 긍정적으로 그것을 배움의 경험으로 축적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태도는 자기 확신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중 저는 ‘확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자기 확신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자기 확신은 역설적이게도 위와 같은 선택의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얻게 됩니다.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실패하며 그로부터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선택을 믿을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겁니다.



눈앞에 있는 고민과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를 때가 바로 새로운 경험을 할 때다. 더 많은 실패의 경험, 더 많은 성공의 경험을 쌓기 위해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경험은 분명 나에게 최고의 선택지를 안겨줄 것이다.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 中



그래서 저는 오늘의 실패를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경험.


훗날 되돌아봤을 때, “그때 나 여러 번 떨어지고 남은 선택지 중에서 다시 한번 택했는데, 결국 잘 된 일이었어”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 하나 더 얻게 된 순간이 될 것이거든요.


여러분 또한 저와 같이 처음 선택한 길에서 연달아 막다른 절벽에 도달해 실패의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A, B, C.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Z라는 한 점을 바라보고 걷는다면 결국 도달하는 곳은 Z라는 목적지 주변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그러니 여러분, 방향을 틀었더라도 괜찮습니다. 새로 선택한 길몫어귀에서도 재잘거리는 새들과 살랑이는 꽃을 보며 걸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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