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늘은 아침 바람이 시원했다.
반팔을 입기는 했으나 조금 길었고 풍성한 소매 퍼프가 나를 덮고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이 추웠다.
카디건을 챙겨 왔어야 하는데 라고 혼잣말을 하고는 양손으로 양팔을 감싸 안았다.
점심 이 지나서 외근을 나가야 했기에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택시 창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기사님이 내게 묻는다.
"에어컨 틀어드릴까요"
왠지 바람을 쐬고 싶다는 생각에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얼굴로 맞았다.
업무가 끝나고 돌아오는 택시는 에어컨을 틀어놓은셨다.
그런데 목 뒤부터 머리까지 뜨거운 기운이 갑자기 나를 움켜잡는 게 느껴졌다.
머리가 아프고 귀가 멍한 걸 느낀 후
나는 내 자리에 앉았고 업무를 마무리해야 해서 서류를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때였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상사가 나에게
" 밖에 엄청 더웠죠?"라고 이야기하는 소리를 느끼자마자 이것이 나만의. 더위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갱년기의 덥다는 느낌은 이렇게 혼자 유별남을 들킬까 봐 힘들게 감추게 된다.
모두 덥지 않은데 나만 더운 걸 이야기 하기가
나로서는 선뜻 되지 않아 괴로웠다.
그래서 참다가 지쳐 몸살이 나기도 하고
갑자기 열이 올라 끝도 없는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이것이 갱년기라는 걸 인식하고서는 괜스레 눈치를 본다. 계절에 맞지 않게 예민해지는 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서 말이다.
오늘은 다행히 다 더웠다.
괜히 참았다가 두통만 하루에 더하기를 했고 내가 안아 버렸다. 오늘은 퇴근하고 자야겠다.
이렇게 충전해야 다시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당당히 "난 더워요"
라고 말하고 어깨 쫙 펴고 아이스커피 벌컥벌컥 마시고는 두통 없이 일하는 그날이 꼭 올 것이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