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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라샤 Aug 25. 2021

갱년기의 새벽

눈뜨는 새벽

새벽에 눈이 번쩍 뜨인다.

어김없이 2시~3시 사이 그리고는 때려죽인다고 해도 잠이 오질 않는다.

저녁 8시에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드는 날이면 더욱더 새벽의 번쩍 눈뜨기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온다.

책을 읽으면 눈이 따갑고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 귀가 시끄럽고 일어나서 돌아다니기엔 귀찮다.

새벽을 즐기는 사람들은 건강한 체력을 가진 사람들인 듯싶다.

잠을 못 잔 채 일찍 눈뜬 갱년기 여인은 몸이 지쳐 사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처음엔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고 노래도 들었다.

뜨개질도 도전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모든 움직임이 나에게는 피로로 다가와서   온몸에 깊은 눌림을 주었다.

 

저녁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저녁 먹고 9시부터 1시간 을 아파트 주변 산책로를 걷고 와서 샤워하고 잠자리에 눕는 일상을 도전해 보았다.

하지만 3시의 눈뜸은 여전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일주일 중 이틀 정도는 새벽의 번쩍 눈뜸 없이 잠들 수 있는 날이 있다는 위안이다.

이것도. 내가 안고 살아야 하는  내 것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일 년이 꼬박 걸렸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 쓰는 걸 보면 이젠 즐기고 있다고 하고도 싶다.


새벽의 눈뜸이 적응되어갈 때면  학창 시절 공부한답시고 밤새고 등교하던 그 몽롱함이 생각나게 된다.

그체력과는 다른 몸이지만 내가 알던 기억과 같은 시점이 그곳이라는 것에 조금은 위안을 갖게 된다.

왜냐면  기억이라도 어려졌으니 말이다.

낙엽만 굴러도 까르르 웃던 그 시절의 기억으로 나를 위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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