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목소리, 음악의 목소리
1.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겨울비.
춥지 않은 날씨덕에 창문을 열어두고 저번주 도서관에서 빌려온 류이치 사카모토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었다.
귤과 전기장판과 꿀을 탄 우유까지.
완벽하다.
2. 문득 창밖을 바라보는데,
높은 학교 담벼락에 삐죽 나온 파이프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빗줄기가 거세지자 물줄기도 굵어진다.
이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바닥에 부딪히는 큰 소리를 내면서.
3. 물은 중력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물의 위치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변하고, 지면에 닿는 순간 촤~하고 소리를 낸다. 점점 커지는 물줄기에 비례해 낙하하며 내는 소리도 커진다.
낙하하는 모든 물체는 제 형태와 무게만큼 목소리를 내는데, 사람만은 상승할 때 목소리가 커지는 게 자연을 거스르고자 하는 욕구 때문인가? 이런 생각을 잠시 하다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4. 다음장을 넘기니 류이치 사카모토 씨가 이런 말을 하신다. “제가 원래 이름 붙인 프로잭트명은 ‘Music comes out of noise’입니다. ’ 소음 속에서 음악이 나타난다‘는 뜻이죠”
나는 소음 속에서 인간의 권력욕에 대해 생각했지만, 사카모토 선생님은 음악을 말하셨다. 나란 소인배는 또 한 번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