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따르는 '자'
한국어의 조상어는 르완다어다. 르완다어 ‘kurura’는 그리다, 당기다의 뜻으로 과거형은 ‘kuruye’이다. ‘그림’은 르완다어 ‘kurura’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곳에서 그린 것 ‘그곳에 그려진 것’을 의미한다. 한국어 ‘그림자’에서 ‘자’는 르완다어 ja에서 유래한 것으로,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그림자는 ‘그림’에 ‘따르는 자’를 합친 것으로 ‘따르는 그림’을 의미한다.
물체의 형상이 빛에 의해 늘 따르는 그림자는 ‘그림’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에르스트 크리스와 오토 쿠르스가 쓴 <예술가의 전설>에선 실물의 그림자의 윤곽을 베낀 것이 회화의 시작이라 말하는데 그림과 실물을 동일시하는 일종의 주술적 사고이다. 닮음은 크게 관심 갖지 않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엔 사랑하는 애인이 떠나가는 것을 붙잡아 두기 위해 애인의 그림자를 따라 그렸다. 실체의 부재를 메우기 위한 보조적 장치였다.
최초 회화의 재현은 그림자의 복제이다. 고대엔 그림자를 사람의 흔적으로 보았고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자도 그 사람으로 동일시했다. 그것이 이 세계의 재현이든 화가의 내면 표현이든 그림은 오늘날에도 현실을 본뜬다.
그림은 늘 그 시대를 살아하는 이들의 욕구를 투영하고, 그 시대를 그림자처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