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만드는 건 그라운드의 모든 이
추억의 드라마 ’9회 말 2아웃‘을 다시 봤다.
대학생 시절 봤을 땐 대사가 ‘통통’ 튄다고 생각했는데, 30대에 다시 보니 대사가 ‘쿡쿡’을 넘어 ‘푹푹’ 찌른다.
아래는 4화에서 출판사 직원 ‘난희’가 인터넷소설 작가 주영(윤아)과 미팅하는 장면이다.
주영: 작가 지망생이었죠?
제가 출판사 몇 군데 만나봤잖아요. 홍난희 씨 같은 사람 꼭 있더라고요. 글 좀 끄적여봤는데 작가 길은 안 열리고 책 근처에 있고 싶어서 출판사엔 들어간 거죠. 근데 이까짓 글도 출판하는데 왜 세상은 보석 같은 내 글을 몰라주나 싶고 한마디로 질투가 나서 미치겠는 거잖아요.
난희: 네가 뭘 안다고 내 인생을 대해 지껄여. 네가 뭔데 작가 도와 책 내려는 다른 사람 인생을 얻다 너 같은 것들한테 자리 뺏긴 패배자로 몰아.
그래 이까짓 책 출판되는 거 보면 열받는다. 근데 시샘? 질투? 웃기지 마 겨우 이딴 걸 같고 사람 내려다봐 니 글이 대한민국 문학계라도 흔들었어? 널리고 널린 게 이런 글들이야 얄팍한 재주에 기대서 이딴 문법도 맞춤법도 안된 쓰레기 내놓고 당당하게 작가 타이틀 다는 네 뻔뻔함은 질투 난다.
사람들은 종종 오해를 한다. 창작을 하던 사람이 창작을 그만두고 업계의 변방이 자리 잡는걸 미련(?)따위로 착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작가의 꿈이 있었지만, 편집자로 작가를 돕는 일을 하는 ‘난희’를 안쓰럽게 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살아보고 겪어보니 그렇더라.
나도 최근까지 그림을 그렸지만, 요즘은 어디 가서 ‘작가’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혹자는 내가 ‘패배’했다고 말하지만 부정도 긍정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다른 일이 더 재밌어진 것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주영’과 정반대의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그게 돌고 돌아 다시 이 길에 서있게 하는 힘이다.
드라마가 전개되며 ‘주영‘이 왜 그런 독설을 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주영‘의 책은 성공적으로 출판된다. 누구나 일을 함에 있어 아마추어일 때가 있다. 스스로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런 아마가 없었네 하하’라 생각되곤 한다. 뜬금없지만 드라마를 보며 다짐했다. 어떤 직위, 직무도 ’ 패배‘해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어렵겠지만 세기자. ’존중‘, ’존중‘, ’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