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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시한 시 12화

할아버지의 숨

by 홍혜성

그대 숨이 한 칸씩 줄어들 때

눈이 감겨 날 알아보지 못할 때

몸속에 타인의 피가 반 이상 차지하는 그대의 핏줄에 투명한 액체들이 충전될 때


내 이름에 눈을 잠깐, 번쩍 뜨다

감기고

내 살결에 손을 힘껏, 쥐었다

놓기를 반복


내 숨의 한 칸을 떼어다 드리고자

후후 불어 보지만

날숨은 공기 중에 흝어져 사라진다


‘얼른 내 숨을 들이마셔요’


당신의 딸의 딸이란 이유로 나에게 준 숨들

제발 이젠 거둬가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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