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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우리 집도 씨리얼 먹어요~

by 레드카피


먹이는 게 늘 고민입니다. 그건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니까 더 심해지는 거 같아요. 뭘 먹이지?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이 고민이요.


사실 아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밥 차리는 건 더 편해졌어요. 여차하면 배달도 있고, 포장도 있고요. 아주 어릴 때처럼 간이 심심한 걸 골라야 한다거나, 너무 기름기 많은 건 안돼, 야채가 꼭 반드시 있어야 해,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건 안돼, 이런 엄격한 것들이 많이 해이해졌죠.


그런데 그럼과 동시에 엄마의 양가감정은 더 골이 깊어지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어제 소시지 구워 먹었는데... 오늘도 그냥 소시지 구울까...? 마땅한 반찬도 없는데... 아... 근데 소시지 자주 먹어버릇하면 좀 또 그런데...'


'오늘 아침 너무 피곤한데 그냥 씨리얼 할까... 아... 그래도 사과 정도는 같이 먹는 게...'


엄마들 만나면 대화 주제 중 하나는 꼭 이거예요. 오늘 저녁 뭐 먹지? 또는 오늘 아침 뭐 먹었어?

다양한 대답들이 나옵니다. 우리 애는 한식파라서 꼭 아침에 미역국물에 밥 먹어야 해. 우리 애는 빵순이야. 맨날 빵만 먹어. 우리 애는 아침엔 안 들어가나 봐. 과일만 먹네. 등등.


그런데 이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늘 요리 잘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그리고 뭔가 특별한 메뉴들이 나오죠. 주먹밥을 해도 꼭 불고리 소보로를 함께 넣는다든지, 간식으로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한 저당 초콜릿 케이크를 직접 만든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얘기를 하다 보면 속으로 으이크 할 때가 있어요. 나, 우리 애들 너무 대충 먹이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제가 직접 만들어 먹이는 거라곤 오므라이스, 카레, 스파게티 정도밖에 안된다고 여겨지고요. (원래 요리의 요자랑도 안 친해요.)



그래도 오늘은 위로 같은 말을 들었어요. 그 요리 잘하는 엄마가,


에이~ 우리 집도 아침에 씨리얼 먹고 그래요~


라고 해줬거든요. 살짝 위로가 되었다가 또다시 저녁 6시가 다가오면서 양가감정이 들었습니다. 소고기라도 구워 먹여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죠.


밥이 없어서 고민이 아니라 먹이면서도 고민하는 거. 엄마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다들 그렇게 지내고 계시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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