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는 사람이죠.
그런데 관심이 '없는' 사람에서 관심이 '없던' 사람으로 바뀌고 있어요. 뉴스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대변인 브리핑이 이렇게 신나는 건지, 국무회의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건지 몰랐던 사람으로 말이죠.
딱히 현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무'가 '호'로 변하는 이유는 딱 그거 하나였어요.
저 양반이 내 아이의 미래를 밝혀줄 양반인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대한민국. 이곳에서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많았죠. 내 아이가 20살이 되고 30살이 되면 어떤 대한민국이 되어 있을지, 사실 너무 눈에 보였으니까요.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건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외롭고 버거워질 거라는 걸 누구보다 또렷하게 보이니까요. 현재 내가 사는 세상이 팍팍한 것보다 수 십 년 후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쓸쓸한 건 누구보다 못 견디겠는 사람, 그게 엄마이고 부모이니 말이죠.
새로운 여가부 장관 후보가 첫 출근을 하면서 인터뷰하는 걸 봤어요. 한 문장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가난한 아이가 가난한 청년이 되지 않도록
가난한 청년이 가난한 노후를 맞지 않도록
그리고 오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죠.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을 거예요. 개판 치는 출산율, 그 개판을 정리하는 수순 중 첫 번째는 바로 부동산이라는 걸요. 하지만 무턱대고 손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도요.
그런데 그 개판에 칼을 대는 걸 보니 기대를 좀 해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이 너무 절망적이지는 않겠는데? 정도는 된 거 같아요. 하지만 두고 봐야죠. 5년은 너무 짧으니까요. 우리는 봤잖아요. 애써 공들인 5년을 어떻게 10년 뒤로 후퇴시키는지를요.
그저 바람은 한 가지입니다. 너의 탓이 아닌 것 때문에 네가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분간 이민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글쎄요. 5년 후 이 생각이 다시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멈추기로 했어요. 믿어보기로 했고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나의 현재보다 더 중요한 건 요 꼬마 녀석의 앞날이니 말이죠.